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4일자신은 유럽의회에서 독일 출신 의원을 나치 하수인에 비유한 일로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에게 사과한 일이 없다고 밝혔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새로운 유럽연합(EU) 순번 의장으로서 이날 EU 집행위원회회의를 주재한 뒤 기자회견에서 "오해로 상처받은 사람이 있다면 유감"이라고 말했을 뿐이라면서 유럽의회에도 역시 사과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들끓는 국민감정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가 독-이 양국간 외교분쟁으로비화하고 동구권 통합을 앞둔 EU 내의 불화로 치달을 것을 우려, 사건을 조기에 진화하려 했던 독일 정부의 입장이 난감하게 됐다.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사과 부인' 발언에도 불구하고 독일 정부는 그가 "강력한유감을 표시했으며, 그 정도면 일반적으로 사과로 볼 수 있다"는 해명을 했으나 내심 불쾌하고 당혹스러운 모습이라고 독일 언론은 평했다. 전날 유럽의회에서 EU 순번의장으로서 첫 포부를 밝히는 자리에서 베를루스코니니 총리는, 독일 출신 마르틴 슐츠 의원으로부터 그의 부패와 독재적 정치행태를 비꼬자 슐츠 의원을 나치의 하수인에 비유하는 발언을 해 물의를 빚었다. 독일 정부는 즉각 베를린 주재 이탈리아 대사를 불러들여 이 발언을 용납할 수없다며 강력한 항의를 했다. 그러나 이날 저녁 슈뢰더 총리는 베를루스코니 총리가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사과했으므로 이 문제를 끝낸다"고 말했다. 또 패트 콕스 유럽의회 의장은, 베를루스코니가 공중 앞에 분명히 사과해야 한다고 밝히고 좌파 계열 의원들은 강경 대응을 주문하는 등 이 문제로 인한 EU 내 갈등이 확산, 자칫 큰 분란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파인 잉고 프리드리히 유럽의회 부의장 까지도 "(EU 내) 주인공들 간의 충돌이 업무를 위협해선 안된다"며 "베를루스코니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이탈리아의순번 의장직 수행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4일 기자회견에서 전날 유럽의회에서 독일 출신 마르틴 슐츠 의원과 벌인 설전과 관련해 슈뢰더 독일 총리와의 통화에서 "어떤 사과도 한 바없으며, 다만 반어적(反語的)인 농담이 잘못 해석돼 독일 국민의 내면 속 깊은 감정에 손상을 줬다면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히려 슐츠의원이 나 자신 뿐아니라 우리나라를 직접 겨냥한 심각한 발언들 때문에 감정이 손상됐을 매우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유럽의회에 대해서도 입장은 같으며 자신은 유럽의회를 존경하지만 의회에 초대받은 손님인 자신이 상처받았음을 강조하면서 "내 말이 누군가의 감정을해쳤다면 유감이지만 감정은 일방적인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을 위해 오는 21-22일 미국을 방문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라크전쟁 당시 노골적인 친미 입장을 취해 일부 유럽 국가들을 난처하게 했던베를루스코니 총리는 EU 국가들보다는 미국과의 관계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비판을받고 있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