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자금이 채권시장에서 주식시장으로 급속히 이동하면서 `닛케이 선전, 국채 고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 경제의 실력이 나아진 것인지, 아니면 일시적인 현상인지 여부는 좀더 두고 봐야 하지만 일단 썰렁했던 도쿄 증시에는 돈이 몰리고, 국채버블에서는 어느 정도 거품이 거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닛케이 주가 = 도쿄 주식시장의 닛케이 주가는 최근 가파른 상승세에 힘입어3일에는 1만선 고지에 바짝 다가섰다. 닛케이 주가는 이날 장중 한때 9개월여 만에 9,800선대까지 치솟으며 1만선 을가시권에 두었으나 경계심리 등의 작용으로 9,624.80선대에서 마감했다. 그래도 불과 2개월여 전인 4월28일 올 최저치인 7,607.88을 기록했을 때와 비교하면 무려 2000포인트를 만회한 대단한 약진이 아닐 수 없다. 닛케이의 최근 강세기조는 상반기의 불안재료가 사라진 덕분이라는 지적이 강하다. 이라크전,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 증후군) 등이 `조기 종료'된데다, 일본금융불안의 뇌관이었던 리소나 홀딩스 그룹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문제도 비교적 원만히 해결됐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일본은행의 기업 단기경제 관측조사(단칸)를 통해 기업 경기의 전망이밝다는 내용이 전해진 것도 전체적으로 증시를 떠받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최근의 증시 활황세가 일본 경제의 `내공'에 의한것이 아니라는 경계심이 적지 않다. 일본의 주가는 지난 수년간 3월말 결산을 끝내고 4-6월 사이에 최고치로 올라갔다가 다시 하강국면으로 돌아서는 순환패턴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는 9월 중간 결산을 앞두고 닛케이 주가가 하락세를 보일 경우에는 금융불안이 다시 확산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장기금리 1%대 진입 = 주식시장으로 자금이동이 진행되면서 채권시장은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3일 도쿄 채권시장에서 장기금리의 지표가 되는 10년물 국채의 가격이 급락, 장기금리는 약 7개월만에 1%대로 올라섰다. 장기금리는 지난 6월 10일 올들어 최저치인 0.43%까지 내려갔으나 불과 1개월도 안되어 급반등으로 돌아선 셈이다. 장기금리의 상승은 일반적으로 경기회복 국면에서 나타나는 움직임이지만, 실물경제의 회복이 더디게 이뤄지는 가운데 나타나게 되면 오히려 기업경영은 물론 정부의 국채관리 정책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일본 언론들은 지적했다. 특히 장기금리 상승은 국채를 대량보유하고 있는 금융기관 등의 재무내용에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에, 향후 채권동향이 주목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고승일특파원 ksi@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