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정부가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시베리아 송유관을 유치하기 위해 일본이 막판 외교전에 나섰다. 이와 관련, 러시아는 장기적으로 아시아 석유시장을 위한 원유 및 가스 정제기지로 한국을 꼽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29일 홍콩 금융계에 따르면 러시아 가스회사 가즈프롬을 비롯한 에너지업계는 장기적으로 시베리아 송유관을 한국까지 연장할 계획이다. 금융계 소식통은 "러시아 시베리아 송유관 유치의 유력한 후보국인 중국은 원유정제능력이 한국에 비해 10년 정도 뒤져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에서 원유 정제능력이 가장 뛰어난 업체는 한국의 SK㈜"라면서 "러시아는 한국을 원유 정제기지로 꼽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는 이를 위해 송유관 기착지를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다칭(大慶)에서 북한을 거쳐 한국까지 연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즈프롬 주주인 소버린자산운용이 SK㈜ 주식을 매집한 이유도 이같은 원대한 구상 아래 미리 투자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소식통은 "한국도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건설을 위한 10대 과제의 하나로 러시아 천연가스관 유치를 내걸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러시아는 세계 최대 석유 소비시장인 동북아에 눈독을 들이고 있으며북한도 에너지난 극복 등을 위해 송유관 통과를 환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일본은 시베리아 송유관을 유치하기 위해 29일 가와구치 요리코(川口順子)외상을 블라디보스토크에 긴급 파견하는 등 막판 외교전에 나섰다. 가와구치 외상은 이날 빅토르 크리스텐코 러시아 부총리와 만나 송유관 건설의대가로 대규모 금융지원안을 제시하고 막판 협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러시아가 시베리아 서부 앙가르스크에서 러시아 극동 도시 나홋카로 이어지는 총연장 3천800㎞의 송유관을 건설해 달라고 로비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는 앙가르스크에서 중국 다칭으로 이어지는 2천400㎞의 송유관을건설키로 거의 마음을 굳히고 중국과 일본을 상대로 막판 저울질을 하고 있다. 중국은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석유 수요가 크게 늘어나 1993년 처음으로 석유 수입국이 됐으며 석유 소비량은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하고 있다. (홍콩=연합뉴스) 권영석 특파원 yskwon@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