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의 하투(夏鬪)가 본격화됐다. 24일 파업을 벌인 지하철3사(대구 부산 인천지하철)에 이어 25일엔 민주노총,28일엔 철도노조,30일엔 한국노총,내달 2일엔 금속연맹 및 화학섬유연맹,9일엔 보건의료노조 등이 줄줄이 파업에 나선다. 최근의 잇단 노사협상에서 힘으로 밀어붙인 노동계가 일방적 승리를 거둔 여파로 투쟁이 더욱 과격화하고 나라경제가 마비되는 사태가 오지는 않을지 정말 걱정이다. 특히 이번 릴레이 하투에서는 개별 사업장의 임단협보다는 주5일 근무제,비정규직 처우,근골격계 질환,경제자유구역법 등 정치적 이슈가 주류를 이루고 있어 타결전망이 그리 밝지 못한데다 노동조직간의 선명성 경쟁까지 가세해 불법파업이 봇물을 이룰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해 노사분규로 일 못한 날이 일본이나 대만의 57∼2백72배에 달하고 있는 상황인데 분규는 갈수록 과격해져 가고만 있으니 이러다 정말 나라경제가 결딴나는 것은 아닐지 두렵기만 하다. 오죽했으면 경제5단체가 긴급 회장단회의를 갖고 이런 식으로 불법파업을 계속하면 투자를 축소하고 공장을 해외로 이전할 수밖에 없다는 하소연까지 했을까. 상황이 이처럼 악화된 것은 화물연대 조흥은행파업사태 결과가 보여주듯 정부가 노조 편들기를 계속해 온데다 불법파업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지 않는 등 원칙없는 대응을 해온 점이 큰 원인이다. 정부는 기회있을 때마다 불법파업엔 엄정대처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실제 단호한 대응이 이뤄진 사례는 찾기 힘들다. 급기야 주한 외국기업인들까지 "친노(親勞)정책이 외자유치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한다. 노사관계가 제자리를 찾기 위해서는 정부부터 '노조는 약자'란 온정주의에서 탈피해 노 쪽으로 기울어 있는 힘의 균형추를 바로잡아야 한다. "노조가 불법파업을 저지르고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사태가 계속되면 사회가 총체적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경제계의 경고를 새겨들어야 한다. 이번 하투에 어찌 대처하느냐는 향후 5년 노동정책의 가늠자가 될 뿐 아니라 앞으로의 노동운동 향방도 좌우할 가능성이 큰 만큼 지금부터라도 법치주의 원칙을 확고하게 세워야 한다. 노동계도 도덕성과 나라경제 전체를 생각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기업 임금은 부담스러운 수준"이라고 밝히기도 했지만 열악한 환경에서도 묵묵히 일하고 있는 중소기업 근로자들이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생각해서라도 대기업 노조는 지나친 요구와 불법집단행동은 자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