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만 여자를 때리는 게 아니다. 여자도 남자를 때린다. 폭력은 남자가 여자에게 휘두르는 것이 상식으로 여겨져왔다. 그러나 미국에서 이런 상식이 깨져가고 있다. 남녀의 역할에 대한 몰이해 때문에 부부싸움을 하다 다치는 여자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폭행을 먼저하는 것은 남자만이 아니라는 최신 조사가 나왔다고 미국의 USA투데이 인터넷판이 23일 보도했다. 오리건주 사회학습센터의 심리학자인 데보라 카팔디는 "남자만이 여자를 때린다는 것은 신화"라고 말하고 있다. "먼저 때리거나 되 때리는 여자의 수가 일반적으로 생각한 것보다 훨씬 많다"고 그녀는 지적하고 여자들의 구타행위 빈도와 때리는 배우자를 겁내는 남자들의 수에 놀랐다고 밝혔다. 카팔디와 다른 두 명의 동료 연구자들은 사회예방연구소(SPR)가 후원한 가정폭력예방회의에서 폭행 치유계획의 재평가가 필요하다며 "예방과 치료는 젊은 남자와 여자 모두의 갈등과 공격성을 관리하는 데 초점이 두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자는 서로의 맡은 역할을 이해해야 하되 보다 큰 상처를 입힐 수 있는 남자에 대해 '특별한 책무'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카팔디는 덧붙였다. 컬럼비아 대학교 심리학과의 미리엄 에렌자프트 교수는 "여자들도 구타행위를 한다는 새로운 데이터가 나오고 있다. 우리가 여자들에게 그런 사실을 말해주지 않는다면 그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 된다"고 말했다. 뉴햄프셔대학교 가정연구소의 공동소장인 머레이 스트라우스는 남녀 모두 신체적 공격에 관여하고 있음을 알아냈다. '가정 갈등'이란 연구에서 스트라우스 박사는구속이나 팔다리 부러짐까지는 이르지 않은 구타 형태까지를 포함한다면 남녀의 구타율은 대략 같다고 밝히고 있다.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사회사업대학 학장인 리처드 겔레스 박사는 평생 여자가 남자에게 맞을 위험은 약 28%라며 "조사주체와 측정방법에 따라 그 숫자는 50%까지 올라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남자가 여자에게 맞을 위험 또한 약 28%라는 게 그의 연구결과다. 겔레스는 어떤 남자들은 여자에게 맞았다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하거나 인정하지 않아 범죄신고를 하지 않거나 치료를 요청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한다. 아이오와대학교의 에리카 로런스 교수는 신혼 여자의 3분의 1과 신혼 남자의 4분의 1이 구타를 하고 있다고 예방회의에서 밝혔다. 배우자 폭행 문제는 정의를 내리는 일만도 간단치 않다. 혹자는 욕설 등 언어남용을 구타의 형태로 규정하기도 한다. 여성발전연구소(CAW)의 페이 워틀턴은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남자의 손에 더 신체적으로 고통을 받는 것은 분명하지만 새로운 연구결과에 일반인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말한다. "나는 이런 결과를 제시하는 용기를 가진 여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증거를 묻어두고서는 발전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그녀는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손재국 기자 jk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