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1일자) 한은법 개정 밥그릇 싸움 안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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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한은법 개정안이 국회 재경위 심의를 앞두고 있어 신중한 검토가 요망된다.
자칫 또 한차례 한은법 파동을 우려할 정도로 관계기관간 신경전이 팽팽해 더욱 그렇다.
통화가치 안정을 책임진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건 원론적으로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나라마다 경제발전 수준이 다른데다, 선진국도 각국의 정치·역사·문화적 배경에 따라 중앙은행제도가 다양한게 현실이다.
결국 중요한 건 제도가 아니라 운영인 만큼, 관계기관들은 한은법 개정이 밥그릇 싸움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주요 쟁점은 금융통화위원회 구성,한은의 지급결제제도 총괄권과 금융기관 단독검사권 보유,외화 여·수신업무의 한은 이관,한은 경비예산에 대한 재경부 장관 사전승인권 폐지,중기 물가목표제 도입 등이다.
우선 사실상 재경부가 그 권한을 행사해온 대한상공회의소 은행연합회 증권업협회 등 민간경제단체의 금통위원 추천을 폐지하는 대신,재경부 장관과 한은 총재의 추천위원 수를 1명에서 2명으로 늘리는 건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은 부총재를 당연직 금통위원으로 한다면,한은측이 금통위의 절반을 넘지 않도록 한은 총재 추천을 1명으로 줄이고 나머지 1명은 금융계 인사중에서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금융기관에 대한 한은의 단독검사권 보유는 중복검사로 인한 부담 가중 때문에 수용해선 안된다고 본다.
통화신용정책 수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 한은은 지금도 한은법 88조 규정에 따라 금융감독원에 얼마든지 공동검사를 요구할 수 있고,원활한 업무협조를 위해 작년 10월 양해각서를 작성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지급결제제도 안정을 위해 최종대부자인 한은이 금융결제원 증권예탁원 등 지급결제 참여기관의 업무 감시에 필요한 기준을 정하고 자료요구권을 갖는 건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제2 금융권에 대한 한은과 금감원의 감독업무가 중복되는 걸 막기 위해, "한국은행은 통화신용정책과 직결되는 지급결제제도의 운영·관리업무를 수행한다"고 규정한 한은법 81조에 지급결제제도와 참여기관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한은 경비예산에 대한 재경부 장관 사전승인권도 발권기관인 한은의 도덕적 해이를 예방한다는 측면에서 당분간은 현재대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
또한 통화정책의 시차와 현실경제의 복잡성을 감안하면 중기 물가목표제는 도입하는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