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국내 각 지역에서 해외 유명 뮤직 페스티벌을 모델로 한 국제 음악제들이 잇따라 생겨나고 있다. 음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25일부터 4월 2일까지 열렸던 통영국제음악제에 이어올 여름에는 제주도 국제 음악 페스티벌이, 내년 여름에는 강원도 평창에서 대관령 국제 음악제가 각각 새로 창설될 예정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통영국제음악제는 일단 해외 음악계에서 더욱 유명한 '윤이상'이라는 네임 밸류를 바탕으로 올해의 경우 주빈 메타 지휘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오보이스트 하인츠 홀리거 등 세계 최정상급 연주자들이 참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제 음악제로서의 면모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독일 도나우싱엔 같은 현대 음악제를 벤치마킹해 시작했지만 앞으로는 프로그램에 좀 더 대중적인 레퍼토리를 가미,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 가까운 성격으로 만들어 보겠다는 것이 주최측의 계획이다. 내년 행사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 등 역시 세계적으로 유명한 여러 연주자.단체 초청이 대거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가 하면 오는 7월 20일부터 27일까지 제주 서귀포 리조트 호텔에서는 전공생들을 대상으로 한 음악캠프 성격의 제주 국제 뮤직 페스티벌이 처음으로 열리게 된다. 미국의 매니지먼트사인 인피니티 사운드와 국내 공연기획사 그랜드 아트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행사로 개인 및 공개 레슨, 학생음악회, 교수음악회 등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강사진은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 악장인 바이올리니스트 데이비트 챈을 비롯해 인디애나 음대, 맨해튼 음대, 줄리아드 음대에서 교수로 활동중인 7명의 외국인들로 구성됐다. 그랜드 아트 관계자는 "국내에서 개최되는 여러 음악캠프 가운데 외국인 교수들로만 강사진을 구성한 것은 처음"이라며 "올해 프로그램은 일단 레슨 위주로 짜였지만 앞으로는 유명 연주자 초청 음악제 성격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원도가 내년 7-8월 중 창설할 대관령 국제 음악제는 줄리아드 음대 강효 교수가 음악감독으로, 그가 이끌고 있는 세계적인 실내악단 세종솔로이스츠가 상주 연주단체로 참가키로 해 일찌감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관령 국제 음악제의 모델은 지리적 여건이 비슷한 미국 아스펜 음악제. 콜로라도주 로키산맥 고지에 위치한 아스펜이 음악제로 널리 알려졌듯이 대관령 고지의 평창도 스키관광 및 음악의 도시로 키운다는 계획. 강원도는 음악제 창설에 앞서 오는 12일부터 15일까지 평창 일대에서 강 교수와 세종솔로이스츠 단원들이 직접 참가하는 마스터 클래스, 연주회 등 다양한 음악제홍보 행사도 마련해 놓고 있다. 이처럼 국제적인 수준을 목표로 한 음악제들의 잇단 창설은 문화 소외지역인 각지방의 문화적 여건 발달을 위해서도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그에 걸맞는 인프라와 예산, 참신한 기획력 등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부실하게 난립하고 있는 지역 축제들 가운데 하나로 전락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음악평론가 탁계석씨는 "우리나라의 문화적 역량을 키우고 특히 서울에 집중돼 있는 문화 인프라를 각 지방으로 분산시킨다는 차원에서는 고무적"이라며 "부실한 행사에 머물지 않도록 하기 위해 지역마다 차별화된 전략과 장기적인 안목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현재 세계 각 지역축제의 '롤 모델'이 되고 있는 유명 음악제들로는 앞서 언급한 세계 최고 수준의 음악축제인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을 비롯해 빈 페스티벌, 스위스 루체른 페스티벌, 독일 바이로이트 바그너 페스티벌, 이탈리아 베로나페스티벌, 프랑스 액상프로방스 페스티벌, 미국 아스펜 뮤직 페스티벌 등이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