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무디스 피치 등 3개사가 장악하고 있는 국제 신용평가시장의 독과점 체제가 해체될 전망이다. CNN머니는 9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관계자의 말을 인용,"공식 신용평가 자격을 부여하는 '국가공인신용평가사(NRSRO) 제도'를 폐지해 신용평가시장의 진입장벽을 없애는 방안이 SEC 내부에서 논의되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일정한 요건만 갖추면 누구나 국제신용평가 회사를 설립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SEC는 10여년 넘게 S&P 무디스 피치 등 3개사에만 NRSRO 자격을 인정했다. 덕분에 '빅3'는 연간 25억달러가 넘는 국제신용평가 시장의 90% 이상을 독식해 왔다. SEC가 지난 2월 캐나다 도미니온본드 레이팅 서비스에 4번째로 NRSRO 자격을 부여했지만,자격 신청서를 제출한 뒤 아직 승인받지 못한 회사들이 수십개에 달한다. 신용평가 분야의 독과점 체제를 폐지하려는 움직임은 미국 내 최대 에너지 기업인 엔론이 2001년 말 파산하면서 본격화됐다. 당시 S&P와 무디스는 엔론이 파산하기 직전까지도 이 회사에 '투자적격'등급을 부여,투자자들로부터 집중적인 비난을 받았다. 이에 따라 월가는 경쟁을 도입하는 것만이 신용평가 회사들의 공신력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보고 있다. 미 하원 금융위원회 의장인 리처드 베이커 의원(공화당)도 "신용등급을 낮출 경우 해당 기업이나 국가에 치명타를 입힐 것을 우려한 신용평가 회사들이 등급조정을 신속히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며 "의회 차원의 개혁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3대 신용평가 회사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피치는 "신용평가의 질을 고려할 때 NRSRO 제도는 계속 유지돼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S&P의 비키 틸먼 부사장은 "자본시장이 신뢰성있는 신용평가와 분석 서비스를 받으려면 SEC는 기존 신용평가 회사들과 긴밀하게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