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장비업체인 주성엔지니어링의 황철주 대표는 지난해 지옥을 경험했다. 반도체 경기의 극심한 불황과 매출격감 적자급증 등 창사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 매출은 2백26억원으로 2001년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 당기순손실은 무려 8백75억원에 달했다. 직원들의 동요도 심해 2백80여명의 직원 중 60여명이 회사를 떠났다. 국내 반도체장비업계 리딩기업에서 졸지에 문제기업으로 추락했다. 황 대표는 위기탈출을 위한 해법을 비용절감과 함께 신제품개발에서 찾았다. 위상을 다시 높이는 길은 기술밖에 없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신제품개발에 집중 투자,지난해 국내 최초로 5세대 LCD용 PECVD(플라즈마 화학기상증착장비)제품을 개발했다. 이달 초 대만의 LCD제조업체인 치메이와 이 장비를 공급키로 계약도 맺었다. 수출금액은 1백억원대에 이르며 오는 10월께 이를 선적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6세대 제품 생산체제도 갖췄다. 후속 제품군을 잇따라 출시하면서 국내외 고객사들로부터 문의가 이어졌다. 매출이 늘면서 지난 1·4분기에는 흑자로 전환했다. 매출은 1백3억원으로 전년동기에 비해 2백52% 늘었다. 황 대표는 기술과 제품개발이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보고 당분간 시장공략에 주력할 방침이다. 해외영업을 맡기기 위해 미국의 D램업체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트렁 도운 부사장을 대표이사로 이달 중 영입키로 했다. "세계 반도체장비업체의 선두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기존 제품보다 기술 수준이 50% 이상 우위에 있어야 합니다.주성엔지니어링은 충분히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봅니다." 황 대표는 올해 주성엔지니어링이 세계 수준의 장비업체로 도약하는 해가 될 것이라며 오랜만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