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경제 상황이 국내외적인 악재로 인해 어려움을 겪으면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게는 심각한 정치적 압력으로 작용할 조짐이엿보이고 있다고 아시안 월 스트리트 저널(AWSJ)이 3일 보도했다. 저널은 한국이 최근 이라크전과 유가 상승, 세계적인 경기 침체, `사스(SARS.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 등의 외부 충격과 함께 내부적으로는 가계 부채 증가, 소비지출 둔화, SK글로벌 사태, 북핵 등의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한국이 이 같은 경제적, 지정학적 스트레스로 인해 지난 1.4분기의 경제성장률이 3.7%에 그친 데 이어 2.4분기에도 부진에서 벗어나기가 힘들 것으로 우려되는 등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최근의 경제 문제는 아직 많은 분야에서 검증받지 못한 새 정부에 큰 당혹감을 안겨 주고 있으며 특히 내년 총선에서 경제가 최대 현안이 될 것이 자명하기때문에 정치적으로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저널은 진단했다. 당초 친노동적 성향인 노 대통령은 이에 따라 최근에는 친기업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갖가지 노력을 기울이는 동시에 북한문제에 대해서도 평화적인 해결을 강조하며 경제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고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저널은 이어 경제 문제가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있으며 이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관계 강화와 함께 북한에 대해 강경한입장으로 돌아서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북핵 문제가 불거졌던 지난해 가을께부터 외국인 투자가 급격히 줄어드는등 북한 문제의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도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라고 신문은 강조했다. 그러나 일부 경제학자는 한국의 가장 큰 문제는 북핵 문제가 아니라 내수 부진이며 최근 한국 정부가 재정적인 부양책을 동원해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으나 이 같은 조치는 불충분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고 저널은 설명했다. 골드만 삭스증권 홍콩지점의 김선배 연구원은 "한국 경제에 대한 북한의 충격은그리 크지 않으며 이는 최근 외평채의 성공적인 발행에서도 입증됐다"고 말하고 "더큰 문제는 내수 부진에 따른 경제적인 타격"이라고 분석했다. 바클레이스 캐피털 싱가포르 지점의 도미니크 드워 프리코트 연구원은 "한국 정부가 최근 마련한 추경 예산 규모는 경기 부양에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기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