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친형 건평씨 재산을 비롯 자신과 주변인물에 대해 제기된 의혹들을 직접 해명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참으로 안쓰러운 일이다.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대통령의 말은 "모두 힘으로 밀어붙이니 대통령직을 못해먹겠다는 위기감이 든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만큼이나 착잡한 심정을 감추기 어렵게 한다. 노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직접 경영하던 생수회사인 장수천 및 건평씨 부동산을 둘러싼 의혹이 말끔히 해소되기를 기대했음이 틀림없다. "더 이상 소모적인 논쟁으로 국력을 낭비하지 말자"는 말에서 이런 바람을 충분히 읽을 수 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해명으로 그동안 제기됐던 많은 의혹과 억측들이 완전히 잠재워질 수 있을지 솔직히 의문이 남는다. 노 대통령은 장수천 경영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 비교적 소상히 설명했지만 담보제공 및 채무상환 과정에서 주변인물들의 역할에 대해서는 명쾌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또 아무리 후원회장이라 하더라도 조금의 대가도 없이 거액의 채무를 대신 갚아줄 수 있는 것인지, 금융기관에 전화를 넣은 것이 압력인지 아닌지 등의 논란도 여전히 남게 됐다. 진영 땅 및 구조라 땅 등 건평씨 소유 부동산에 대해서도 속시원한 해명이 이뤄지지 못했다. 노 대통령이 "모두 형님의 것이므로 관여할 문제가 아니다"고 했듯 개인재산에 관한 것을 상세히 공개하는 것은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나라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의 친인척은 일반인들과는 경우가 다르다고 본다. 특히 이 문제 때문에 온 나라가 시끄러워진 이상 그냥 덮어둘 사안은 아니다. 합법적이고 정당한 거래라면 취득과정은 물론 거래과정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의 역할,재산형성 경위 등 야당이 제기하는 사안 하나하나에 대해 소상히 밝혀 정당성을 입증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야당측은 회견후 "의혹이 해소되기는커녕 더욱 증폭됐다"고 혹평하면서 "검찰이 본격 수사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야당측이 이번 사안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일면이 있는 것도 부인하기 어렵지만 회견에서 충분한 해명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려운 것도 사실인 만큼 추가 해명을 통해서라도 의혹은 깨끗이 해소시키는 게 낫다고 본다. 그렇지 못할 경우 이제 막 임기를 시작한 대통령의 지도력이나 도덕성에 치명적인 흠집을 남길 수도 있다. 이 문제로 인한 논란이 더 이상 이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