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잇따라 쏟아내고 있는 부동산 안정대책의 '약발'이 서서히 먹혀들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과다보유자에 대한 중과세 등 강도 높은 3단계 부동산 안정대책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좀처럼 진정기미를 보이지 않던 서울 강남·송파 등지의 재건축시장과 김포·파주지역의 투기열기가 가라앉고 있다. 업계는 "23일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담은 투기대책이 발표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돼 차익실현 매물이 늘어나면서 시장이 안정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부 지역에서는 이날부터 급매물이 늘면서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간 급등해 차익실현 욕구가 강한 데다 이번에는 정부가 워낙 강력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어 투자자들이 발빼기에 나선 것 같다"고 진단했다. ◆강남·송파지역에서도 차익매물 나와 그동안 집값 상승의 진원지로 지목됐던 강남구 등 서울 강남권에서도 집값 상승세가 주춤하는 분위기다. 강남구 대치동 우성아파트 31평형은 7억2천만원선에서 옆걸음질하고 있다. 인근 현대공인 관계자는 "조만간 조정이 시작될 것 같은 분위기"라며 "양도소득세 중과와 달리 보유세 인상 발표는 집값을 안정시키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3일 서울시 시기조정위원회에서 사업계획승인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강남구 도곡동 도곡주공 2차에서도 매물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매수의도를 가진 이들은 가격만 물어볼 뿐 선뜻 달려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업계획승인이 임박한 역삼동 개나리아파트의 경우도 한동안 찾아볼 수 없었던 매물이 중개업소별로 1∼2개씩 등장했다. 송파구 잠실재건축 아파트도 1주일째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잠실1단지 인근 우리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하루가 다르게 오르던 집값도 지난 주말부터 꼼짝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강동구 고덕동 고덕주공저층단지의 경우도 집값이 며칠째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김포·파주도 가격하락세로 돌아서 신도시 건설 발표 이후 아파트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졌던 김포·파주 지역의 집값도 약세로 돌아서고 있다. 지난주까지 매물을 찾아보기 힘들었던 파주에서는 정부의 대책내용이 알려진 22일 분양권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파주 인근의 H공인 관계자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다시 한번 확인되면서 조심스럽게 매물을 내놓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포지역에서도 매물이 꾸준히 늘면서 분양권 프리미엄(웃돈)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풍무지구 월드메르디앙 24평형의 분양권 웃돈은 이달초보다 5백만원가량 떨어진 1천8백만원대에 머물고 있다. 32평형의 분양권 매물도 나오고 있으나 프리미엄(3천만원)이 높아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인근 하나부동산 관계자는 "분양권 호가를 낮춘 매물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기타지역은 관망세 상대적으로 오름폭이 작았던 일산 분당 수원지역은 당장 이렇다 할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가격급등의 진앙지인 서울 강남지역과 신도시 건설지역의 열기가 수그러들고 있는 데다 비수기까지 앞두고 있어 서서히 안정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수원시 영통동 부동산써브공인 이용근 사장은 "여름 비수기로 접어드는 다음달께 매물이 조금씩 나오면서 매매값도 다소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