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노무현 대통령이 14일 워싱턴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한 기자회견의 일문일답을 요약한 것이다. -- 북핵문제에 관해 미국과 이견을 어떻게 좁힐 것인가. ▲ 지금은 3자회담을 중심으로 한 게임이 끝나지 않고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부시 대통령이나 나나 모든 카드를 다 공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가정적 상황으로 다 말하기는 어렵다. 예를 들면 어떤 정책이 어떤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는다는 것은보지 못했다. 상황이 바뀌면 변하는 것이다. 협상을 위해 더 폭넓은 선택의 가능성이 있을 때 협상의 입지가 좋아지는 것이다. 어느쪽도 못박아 얘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부시 대통령과 여러 가정적 상황에 대해 얘기를 나눌 것이다. -- 주한미군 2사단 재배치 문제는 어떻게 결론이 날 것으로 보는가. ▲ 주한미군의 재배치에 관한 것은 장기적인 안보전략이다. 전략이 바뀌면 배치는 바뀔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주한미군은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 정치적으로 안전판이고 한반도 평화의 심리적 안전판이다. 정치적 성격도 갖고 있다. 따라서 단순히 지금 주한미군이 이동하면 많은 혼란이 일어날 것으로 우려한다. 한반도 평화에관한 불안이 해소되고 국민이 안보를 확신을 좀 더 높아졌을 때, 인식이 바뀌었을때 재배치가 돼야 한다. 이 점을 설득할 것이다. 성급한 것 같지만 낙관한다. --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및 마약 수출을 차단한다는 정책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은 무엇인가. ▲ 위험한 물건들, 불법적이고 반인륜적인 물건들을 확산시키는 것을 차단하는 것은 한국도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 그러나 지금 그 문제는 북핵 및 미사일 문제 와 크게 봐서 분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북핵도 해결을 미룰 수 없는 문제다. 북한의 불법행위는 한가지씩 따로 떼어서 해결하기보다는 포괄적, 전체적으로 해결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북한의 인권문제, 탈북자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 한국은 탈북자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그러나 적극적인 탈북 유도는 안하고 있다. 옛날에 미국에서 노예해방을 부르짖은 사람들이 비밀결사를 조직해 노 예들을 탈출시켜 봤다. 그러나 그것은 큰 틀에서 정치적인 문제가 해결되면서 완전 히 해결됐다. 또 60년대 중국 인권에 대해 많은 말을 했지만 중국의 인권문제는 닉 슨 대통령이 중국을 개방으로 이끌면서 대단히 큰 진전을 이루었다. 두가지 예에서 보듯이 근본적으로는 정치적인 상황이 바뀌어야 한다. 북한을 적극적 개혁 개방으로 끌어내려면 포괄적인 해결노력을 함께 해야 한다. -- 워싱턴 타임스와 회견에서 미국의 선제공격 정책 대상에 북한을 포함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쪽으로 말씀하셨다. 그러나 모든 가능성을 열어놔야 하지 않나. ▲ 제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한미간에 긴밀히 공조해서 중요한 여러가지 문제 에 대해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 한국이 만일의 사태에 입는 피해정도는 차원이 다르 다. 저로서는 평화 해결의 원칙을 포기할 수 없다. 제가 포기하지 않는다고 해서 합 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장담할 수 만은 없는 사정이 있다. 그 이상의 구체적 문제 까지 지나치게 요구하기에는 미국의 입장도 이해해야 한다. 선택가능한 옵션을 전부 봉쇄하고 합의하기는 어려운 입장이라는 것을 이해한다. 그렇다고 우리 입장을 포기 한다는 것은 아니다. -- 대통령께서는 3자회담의 형식이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말씀하시면서 한국의 참여를 고집하지 않겠다고 했다. 또 미국에는 한반도 상황은 처음부터 미국의 선제 공격 정책을 적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점을 부시 대통령과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북한과 할 협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카드를 미리 버리는 것은 아닌가. ▲ 국내 정치적인 환경도 고려사항이다. 윤영관 외교장관이 국회 상임위에서 다 자회담 되도록 하고 한국의 참여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저는 그 답변에 동 의하지 않았다. 그렇게 되면 한국정부는 언제 3자회담에 참여하느냐의 문제를 갖고 끊임없이 시달리게 되므로 제가 다급하게 말한 것이다. 회담 참석이 중요한 것이 아 니라 결과가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내가 미리 정리하기 위해 말한 것이다. 여러 가지 옵션을 열어두는 것이 협상에 유리하다는 점에 동의한다. 그러나 무 력사용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공표됐을 때 한국은 불안해지고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사람도 불안해진다. 당장 한국이 손해보게 되니까 당장 무력적 선택을 봉쇄하고 싶 은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이 옵션을 열어 두려고 한다. 이 문제는 합의를 해도 공 개하지 못하고 합의에 이르지 않더라도 상호 이해를 위해 깊이있게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 이번 회담에서 부시 대통령과 개인적인 신뢰를 쌓고 이른바 코드를 맞추기 위한 구상이 있는가. ▲ 한 수 가르쳐 달라.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만 하지 마시고. 사람들의 관계에 서 중요한 것은 신뢰다. 신뢰를 어떻게 쌓느냐가 중요하다. 이것은 사람의 느낌이다. 그런 점에서 걱정 많다. 제게 대해 의혹이나 불안감이 많은 사람도 실제로 나를 만 나 대화해보면 다르다고 말한다. 그런 경험만 믿고 모든 것을 허심탄회하게 말할 것 이다. -- 신당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나. 부산 운송노조의 파업에 대해 해결방안은 있나. ▲ 저도 하나의 당원으로서 이런 저런 의견 있다. 대통령은 영향력 있는 당원이 다. 그러나 당정분리의 약속을 지키겠다. 신당문제는 바라만 보고 있다. 지금 말하 지 않는 것이 정국에 도움이 될 것이다. 운송노조문제는 어떤 해결책이 명료하게 있는 것이 아니다. 강온 양면정책을 구 사하고 있다. 여러 얘기를 하고 있다. 한국은 자연재해 재난의 위기에 대해서는 해 결하는 제도를 갖고 있다. 그러나 사회갈등으로 인한 혼란, 국가기능 부분정치에 대 해서는 뚜렷한 제도가 없다. 실제로 많은 나라에서 그런 제도가 없다. 갈등이 심하 지 않으면 그런 제도 없이도 꾸려나갈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은 갈등이 심한 나라다. 돌아가면 제도를 마련하겠다. -- 최근 여러 가지 언급을 하신데 대해 너무 미국의 눈높이에 맞추려고만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 친구를 움직이는데는 자기 주장을 강하게 펴는 방법도 있지만 친구와 호흡을 잘 맞추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다. (워싱턴=연합뉴스) 김성수 김대영 특파원 kdy@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