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호주제 폐지를 본격 추진키로 하자 한나라당이 입장정리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한나라당도 지난 대선 공약에서 여성 유권자나 젊은 층을 의식해 호주제 폐지에 찬성하는 입장을 밝히긴 했으나 한나라당 지지성향이 강한 노장년층 및 유림 등의 반대의견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섣불리 당론을 못박을 경우 어느 한쪽으로부터 외면당할 수도 있는 점을 감안,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상배(李相培) 정책위의장은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북핵, 경제, 전교조 갈등, 노조파업 등 국가안위에 관한 문제들이 시급한데 정부가 호주제 폐지를 내놓은 것은 새로운 갈등요인을 제기한 것으로 옳은 일 아니다"고 말했다. 호주제 폐지에 대한 찬반 입장을 밝힌 게 아니라 시점상 문제제기가 옳지 않다는 주장으로, 한나라당의 당혹스러운 입장을 읽을 수 있다. 이 의장은 "호주제 폐지문제는 오랜 가족관계의 기본적 틀을 달리하는 것인 만큼 전통적 가치와 현실적 필요성 등을 고려해 충분한 논의와 국민적 합의를 거쳐 결정해야 한다"고 신중론을 폈다. 대선 때 한나라당의 폐지 공약에 대해선 "호주제 폐지를 목표로 하되, 여건이 성숙되면 점진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면서 "호주제 폐지에 앞서 호주승계순위, 친양자제 문제 등 먼저 정리할 문제가 있다"고 사전준비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여성의원들은 호주제 폐지에 적극 동조하고 나섰다. 전재희(全在姬) 의원은 "호주제 등 제도라는 것은 시대에 맞춰 바꿔가야 한다. 특히 친양자제 같은 것은 시급한 문제로 조기 도입해야 하고 호주제 폐지에 따른 법체계에도 대비해야 한다"면서 "당 지도부의 언급보다도 대선공약을 당론으로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병수 기자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