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요즘 '사면초가'라며 아우성이다. 외국과 비교할 때 여전히 많은 각종 규제,노조 친향적인 정부,새 정권마다 실시하는 기업개혁,이에 따른 반기업 정서 등 기업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분식회계 문제를 집단소송 대상으로 포함시키는 문제에 대해서도 예민하다. 분식회계와 관련해서 자유로운 기업이 드물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식회계의 많은 부분은 외환위기라는 초유의 상황,또는 그 이전에 이루어진 것이 대부분이다. 뿐만 아니라 분식내용도 과거에 생긴 것으로서,대차대조표는 왜곡돼 있지만 최근의 손익이나 현금흐름에는 영향을 주지 않아 이해관계자들의 의사결정을 왜곡시키는 경우는 별로 없다. 따라서 앞으로 발생하는 분식회계만 문제 삼으려는 최근의 움직임은 현실을 바로 본 것으로 환영할 만한 일이다. 지금이라도 과거에 분식한 재무제표를 수정할 기회를 주고,행정처벌과 금융제재를 면하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앞으로의 투명성이 중요하다. 과거의 분식회계 청산이 선행되지 않으면 투명성 문제는 계속될 것이다. 아무리 좋은 의사결정도 타이밍을 놓치면 성공하지 못한다. 과거에 분식회계로 처벌 받은 기업들과의 형평성 문제나,투자자들에 의한 손해배상소송 등 일부의 문제로 또 기회를 놓치면,더 큰 '뇌관'이 되어 돌아 올 것이다. 어떠한 문제도 1백% 완벽하게 해결할 수는 없다. 개혁이 정상화하자는 것이라면,현실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성공할 수 있다. 정상적인 기업들이 일정 기간내 부실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 분식회계 문제로 도산하는 상황은 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분식회계의 클린화 유도 및 미래 회계 투명성 제고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업 뿐만 아니라 사회,감독당국 모두 지엽적인 문제에서 벗어나 힘을 합쳐야 가능하다. 자산 횡령, 차입금 누락 등 악의적인 경우는 제외하고 정상적인 경영활동에서 나타난 손익이나 현금 흐름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대차대조표에만 영향을 주는 과거분식에 대해서는 감리단계에서부터 분식책임에서 자유롭게 해줘야 한다. 거래소의 상장폐지나 코스닥시장의 등록취소 요건에서도 자본잠식 요건을 없애 더 유용한 손익 및 현금흐름 중심의 새로운 지표로 변경케 해 분식회계를 단기간내 청소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게 바람직하다. 분식 노출로 사채 발행이나 차환에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한시적으로 회사채 발행한도 산정방법을 변경하는 보완책도 검토돼야 할 것이다. 회계정보 이용자들도 부채비율 등 유용성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전통적인 분석방법에서 탈피,미래를 결정하는 손익이나 현금흐름 중심의 실증적 분석방법을 활용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극단적으로 10년 전의 분식이 기업의 미래에는 아무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분기감사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전체 회계감사 대상 기업 중 90%가 12월이 결산기여서 부실감사나 분식결산 방지에 물리적인 한계가 있다. 최소한 상장기업이나 등록기업은 분기감사를 해야 한다. 회계법인도 업무가 분산돼 작업량이 줄고,12월에 감사할 때 지금보다 훨씬 밀도있는 감사가 가능해질 뿐만 아니라 부실감사 위험도 크게 낮아질 것이다. 기업으로서도 관리능력이 향상되고,일반적으로 결산기 가까이에 분식하고자 하는 동기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미리 분식결산 동기를 최소화해 이해관계자를 보호하기 위해선 감사보고서에 대한 감리업무를 대폭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분식결산 기업 뿐만 아니라 부도발생 기업, 한정의견 의견거절 부정적의견기업은 물론 초도감사기업,동일 감사인에 의한 3년 이상 계속감사기업도 감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 지금은 어느 기업도 '우리는 과거에 깨끗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미국도 엔론사태 이후 계속 회계투명성 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다. 지난 3월에도 미국 최대 의료회사인 헬스사우스가 1999년부터 14억달러나 이익을 부풀린 사건이 적발됐다. 현실적인 개혁만이 성공할 수 있다. 윤리경영의 바람이 확산되는 지금이 회계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 ◇ 시론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