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주재 북한대사관이 영국 외무부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명확한 해명 요구와 인권단체의 시위 속에 30일(현지시각)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이날 낮 12시 30분부터 2시간 가량 진행된 개관식 행사에는 북한 외무성 대표단을 이끌고 런던을 방문한 최수헌 부상과 리시홍 대리대사 등을 비롯한 북한측 인사들과 주영 중국대사 등 각국 외교사절, 영국 외무부 관계자, 하원의원, 기업인 등수십명의 초대객들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행사에 앞서 빌 라멜 영국 외무부 국무상은 최수헌 부상에게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대해 명확히 밝힐 것을 요구하며 핵 개발 계획에 강력한 항의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라멜 국무상은 핵 프로그램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이날 개관식에도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 부상과의 회동에 앞서 라멜 국무상은 "북한 정권과 상대해 보면 너무 자주애매모호함과 혼란, 엇갈리는 메시지들이 등장한다"고 지적하면서 "그런 행동을 할때는 지났으며 이제 우리는 솔직한 대화를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면 모든 것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면서 "지금은 말이 아니라 행동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날 개관식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대사관 정문 앞에서는 영국의 인권단체 `세계기독연대(CSW. Christian Solidarity Worldwide)'의 주관으로 북한의 인권상황 개선을 촉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해골 분장을 하거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가면을 쓰고 나온 10여명의 시위대는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인권을 존중하라", "고문을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북한의 인권상황을 개선할 것을 촉구했다. 이 단체는 또 리시홍 대리대사 앞으로 발송한 공개서한을 통해 "세계 최악인 북한의 인권기록에 우려하고 있다"며 "북한 주민의 인권상황을 계속해서 면밀히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각국 대사관이 밀집해 있는 시내 중심가를 피해 런던 서부 교외 주거단지인 일링의 거너스버리 애버뉴에 위치한 단독주택을 매입해 직원 숙소 겸 사무실로개조했다. 대사관 앞 마당에 세워진 국기 게양대에는 대형 인공기가 걸려 있었고 건물 정면에는 별과 쌀, 댐과 송전탑이 새겨진 북한의 공식 문장 아래에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 대사관 사무실 및 관저(Office & Residence Embassy of D.P.R. Korea)'라고적힌 현판이 걸려 있었다. 대사관 뒤뜰에는 환영행사를 진행하기 위한 천막이 쳐져 있었으며 여흥을 위해영국인 오페라 가수가 초대된 것으로 전해졌다. 최수헌 부상의 런던 방문에 앞서 CNN 등 서방언론들은 영국 외무부가 핵문제가계속되는 동안 북한과 정상적인 관계를 유지하기가 어렵다고 판단, 북한과의 관계를재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영국은 2000년 12월 북한과 수교한 뒤 이듬해 7월 평양에 대사관을 개관했으며북한은 이번 대사관 개관을 앞두고 외교관 3명이 주재할 수 있도록 영국 정부로부터승인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런던=연합뉴스) 이창섭특파원 lc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