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저 아래로 아직 옛 산 마을의 소담스러운 풍경을 따라 내려가며 스위스의 작은 마을 스쿠올의 풍경 속으로 들어간다. 작은 벽돌이 깔린 길과 작은 창을 내 놓은 채 다닥다닥 지붕을 이어가고 있는 그림 같은 마을. 해발 1230m 위에 자리한 이 마을은 전형적인 스위스의 마을답게 알프스 봉우리들에 둘러 싸여 있는 스쿠올은 온천과 레포츠를 즐기는 유럽의 여행자들이 쉬어 가는 산 속 주막 같은 곳으로 통한다. 2천여명이 될까말까 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스쿠올. 매 15분마다 마을 성당의 종소리가 울려 퍼지고 시원한 물줄기를 내 놓는 샘터에서 만난 사람들이 서로 인사를 나누는 평화로움이 여기에 있다. 중세 이전부터 조성되었던 마을은 좁고 낮은 스위스 전통 산촌 가옥 구조를 보여주는 3층 건물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다. 샬레풍의 이 건물들은 여전히 사람들이 살고 있는 것은 물론 여행자들을 위한 호텔이나 레스토랑으로 쓰이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마을의 어느 집 하나 똑같이 생긴 창문이 없다는 점이다. 좁은 마을길을 거닐며 창문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지루하지 않을 만큼 저마다 독특한 창을 내 놓았다. 소를 키우던 농가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가장 설득력 있는 이유다. 그 옛날 알프스 초원에 방목해 놓았던 소들이 해가 떨어진 뒤 자기네 보금자리인 소들의 주인이 사는 집을 쉽게 찾기 위해 창의 모양을 달리 했다는 것. 소들에게는 이것이 문패나 번지 역할을 했던 셈이다. 마을을 둘러 본 뒤 산자락에 이르면 본격적인 레포츠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이 곳에 마련되어 있는 레포츠는 무척 다양하다. 여름이면 울창한 숲으로 트레킹을 나서는 여행자들을 재촉하게 하는가 하면 산 정상까지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 마을을 향해 활짝 날개를 펴오르는 패러글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 또 킥 보드와 비슷한 구조의 스쿠터를 타고 초원과 숲 사이 오솔길을 제법 빠른 속도로 내려오는 바이킹도 짜릿함을 안겨준다. 산악용으로 특수하게 개조된 모터사이클을 이용한 다운힐링은 위험을 즐기는 엑스 스포츠 마니아들에게 인기 있다. 트레킹을 즐기는 동안에는 푸른 초원이 펼쳐진 산 중턱의 통나무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즐기는 것도 알프스 여행의 참맛을 더한다. 물론 겨울이면 산능선은 그 자체로 스키 슬로프로 변신한다. 일일이 코스를 조성하지 않아도 슬로프 난이도는 그저 산이 내키는 대로 조금 가파르거나 조금 완만하거나에 따라 결정될 뿐. 스릴과 땀으로 보냈던 시간은 스쿠올이 유명한 또 하나의 이유, 스파에서 위로를 받을 수 있다. 특히 인근 지역을 통틀어 최대의 스파 센터로 꼽히는 아쿠아리노(Aqualino)는 미네랄이 유난히 풍부한 이 지역의 광천을 이용하고 있다. 대형 실내 온천탕과 야외 온천풀을 비롯해 고대 로마의 공중욕장을 떠올리게 하는 로만 아이리쉬 목욕탕, 건식과 습식 방식으로 즐기는 사우나 등을 갖추었다. 탕 속에 몸을 담그고 흥얼흥얼 노래를 읊조리는 이들의 모습이 결코 낯설지 않다. 이 곳의 온천수는 음용치료에도 이용되기도 한다. 그래서 아예 스파 로비에는 광천수를 병에 담아 갈 수 있는 수도시설을 마련해 놓고 있을 정도다. 스쿠올 여행에서 지난 세월의 흔적을 느껴 볼 수 있는 명소로 타라스프 고성(Tarasp Castle)을 들 수 있다. 타라스프 가문이 1040년 세운 이 성은, 오스트리아에서 스위스로 통하는 관문이었던 이 마을을 지키기 위해 세워졌다. 완만하고 넓게 솟은 구릉 지대에는 일부러 쌓아 놓기라도 한 듯 가파르고 좁은 작은 봉우리가 솟아올라 있다. 성은 그 위에 지어졌다. 봉우리의 절벽을 따라 절묘하게 나 있는 길을 걸어가면 발길을 멈칫하게 만드는 육중한 성문. 영화 속에서나 친근했던 고성 특유의 고풍스러움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한다. 성채 곳곳은 영주와 기사들의 생활공간, 전략 회의를 위한 방, 연회실, 식당 등 목적에 따라 나뉘어져 있다. 낡아서 삐걱거리는 마룻바닥 좌우에는 기사들이 사용했던 무기들이며 중세의 판화,태피스트리 등이 걸려 있기도. 작은 음악회가 열렸고 지금도 정기적인 연주회가 열린다는 콘서트 홀과 우아한 장식의 실크 커튼이 드리워진 화려한 성주의 침실 등은 봉건시대 지방 귀족의 영화를 대신 전하고 있다. 타라스프 성은 세대와 가문이 몇 번이나 바뀌면서 많은 기사들과 성주, 부호들이 이 곳에서 만찬을 즐기거나 혹은 공성전을 치렀다. 성의 가장 높은 곳 망루에서는 스쿠올을 둘러싼 산세와 계곡, 푸른 초원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스쿠올은 과거 오스트리아와 스위스의 경계를 이루는 곳. 그런 탓에 마을을 관통하는 계곡과 푸른 강물을 조금만 거슬러 가면 금방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에 이른다고 한다. 마을과 계곡, 알프스를 붉게 비추며 노을이 내려앉기 시작할 무렵이면 사람들은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로 모여든다. 1백 미터는 족히 되어 보일 만큼 높다란 다리 위에서 저 쪽 오스트리아로 시선을 던진다. 여행자이든 마을 주민이든 스쿠올의 평화로운 풍경을 닮아 가는 듯 조용히 하루를 마감하고 있었다. ----------------------------------------------------------------- [ Travel tips ] 찾아가는 길 =스위스 취리히까지는 대한항공이 화,수,토요일 주 3회 직항편을 운항하고 있다. 스위스에서 한국으로 돌아올 때는 스위스 에어라인스 항공편을 이용 화,수요일을 제외한 매일 동경을 경유해 올 수 있다. (스위스 에어라인스: 02-757-8901~3) 취리히 공항역에서 스쿠올까지는 기차로 2시간 30여분 소요. 문의 =스위스관광청 서울사무소:02-739-0034, www.myswitzerland.co.kr < 글 = 남기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