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최대 종파인시아파들은 전후 권력 공백을 틈타 지방위원회를 조직하고 주요 시설에 민병대를 파견, 치안 유지를 맡는 등 미 점령군에 이어 제2의 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일부 관측통들은 사담 후세인 치하에서 바트당이 누렸던 절대 권력이 시아파에빠른 속도로 넘어가는 모습을 들어 시아파가 다수인 이란처럼 이슬람 신정(神政)국가가 들어설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인구의 65%를 차지하면서도 30년간 정치,종교적 박해를 받아온 시아파 모슬렘(이슬람 신자) 수십만명은 현재 성지(聖地)인 카르발라에 모여 오랫동안 짓밟혀온 자신들의 종교적 정체성을 확인하고 있다. 시아파 최고 지도부를 뜻하는 '알-하우자 알-일미야'는 후세인 정권 몰락 직후카르발라 성지 순례와 이라크내에서의 미군철수 요구 시위를 주도해왔다. 카르발라는 예언자 마호메트의 외손자이자 7세기 시아파 성자 이맘(이슬람 지도자) 후세인의무덤이 있는 성지로 수니파 후세인 정권 치하에서는 성지 순례를 꿈도 꾸지 못했다. 시아파들은 교리 충실도를 기준으로 적어도 3개 파벌로 나뉘고 있으나 이들 모두 미군의 장기 점령에는 한 목소리로 반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란이 이들에게영향력을 행사하려 하고 있다는 최신 보도들로 인해 이란과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해온 워싱턴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23일 이란 요원들이 이라크 남부로 침투해 시아파 성직자들을 부추기고 있다는 보도와 관련, "이란의 이라크 시아파들에 대한 영향력 행사 문제에 우려하고 있으며 이같은 입장을 이란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한편 사우디 아라비아의 한 모슬렘 지도자는 23일 시아파들에 대한 종파(宗派)차별 종식을 위한 대대적인 개혁을 주창하고 나섰다. 셰이크 하산 알-사파르는 AFP통신 회견에서 "시아파 모슬렘들이 불평해 온 종파 차별 문제 개선을 위해 정부 당국과 접촉하고 있으며 시아파들은 국가의 통일성을 지키는 선에서 자신들의 권리를주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구 1천700만중 10%에 불과한 사우디의 시아파는 ▲정치적으로 중요한 자리 및군, 보안, 외교 업무 진출 불가 ▲정부 자문기구 참여 제한 ▲종교 의식 및 문화 행사 불허 등 탄압과 박해를 받아왔으며 시리아, 쿠웨이트, 레바논, 파키스탄 등 시아파가 절대 소수파인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이런 점에서 사우디 아라비아를 비롯한 역내 수니파 이슬람 국가들에게는 시아파가 이라크의 집권 종파가 되는 상황을 우려해왔다. (카르발라.두바이 AP.AFP=연합뉴스) duckhw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