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에서 일방적인 승리를 거둔 미국이 병력 부족으로 전후 목표를 달성하는데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앨런 쿠퍼먼 존스홉킨스대학 국제대학원 조교수는 16일자 USA 투데이 인터넷판에 실린 기고문에서 미국은 이라크 내 종족 갈등과 민병대의 계속되는 저항 등으로인해 병력 부족에 직면할 것이며 이라크 민주화 실현, 테러와의 전쟁 수행 등 주요정책 목표 중 적어도 하나를 포기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은 기고문 내용의 요약. 역사를 통해 볼 때 인구와 잠재적 폭력 빈도가 경찰 업무에 필요한 병력 규모를결정한다. 미국과 같이 비교적 폭력이 덜 발생하는 사회에서는 주민 1천명당 2-3명의 경찰이 필요한데 반해 북아일랜드와 말레이시아, 보스니아, 코소보 등과 같은 불안정한 지역의 경우 질서 유지에 1천명당 약 20명의 경찰력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전후 이라크는 아마도 후자에 해당될 것같다. 전쟁전에도 이라크는 후세인 정권의 쿠르드족 탄압과 1991년 시아파 폭동 등 종족간 갈등으로 몸살을 앓아왔다. 지금이라크 북부에서는 쿠르드족이 과거 빼앗겼던 삶의 터전을 되찾았고 남부에서는 시아파가 후세인의 수니파 정권 세력을 상대로 복수의 칼날을 세우고 있다. 또 쿠르드족이 북부도시 키르쿠크와 모술에 대한 통제를 강화할 경우 터키군은 동족 보호 등의 명분을 내세워 이라크 북부로 밀고 내려올지도 모른다. 여기에 이라크 전역에서은닉 무기들이 발견되고 후세인을 추종하는 민병대와 아랍 자원병들의 저항이 계속될 경우 폭력을 진압하고 질서를 유지하려면 평균 주민 1천명당 20명의 경찰력이 필요하다. 이라크 인구가 2천400만명임을 감안하면 총 48만명의 평화유지군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폭력이 잦아들 경우 필요한 경찰 규모는 주민 1천명당 10명으로 크게 줄어들 수 있다. 또 동맹국들이 평화유지군을 파견할 경우 미국에 큰 힘이 되겠지만이라크 전쟁을 강력 반대했던 프랑스, 독일, 러시아 등이 대규모 병력을 지원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결국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라크 민주화에 필요한 안보 환경 조성 ▲지속적인테러와의 전쟁 수행 ▲징병제 부활 내지는 예비군 동원 등과 같은 소위 `비인기 정책' 피하기 등 3개의 정책 목표 가운데 최소한 하나의 희생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우선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의 민주화를 포기하고 지방 군벌들에게 경찰 업무를맡길 경우 이라크 질서 유지에 필요한 미군의 수를 줄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일시적인 질서를 쉽게 얻을 수는 있지만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민주화' 약속은 요원해진다. 두 번째로 아프가니스탄가 파키스탄, 필리핀에서 벌이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을희생시킬 경우 알-카에다 잔당 및 북한, 시리아, 이란 등 이른바 `악의 축' 국가와맞서 싸울 충분한 병력을 갖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이 방안은 가능성이 가장 낮아보인다. 마지막으로 이라크와 테러와의 전쟁에 충분한 병력을 제공하기 위해 징병제 부활 또는 예비군을 대거 동원할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은 국가안보라는 명분하에 지지도 추락의 정치적 위험을 감수할지도 모른다.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yunzh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