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 기업가 출신인 라피크 하리리 레바논 총리가 사임 하루만에 총리에 복귀했다. 에밀 라후드 레바논 대통령은 하리리 총리를 압도적으로 재신임한 의회의 결정에 따라 하리리 총리에게 신정부 조각을 요청했다고 대통령실이 16일 발표했다. 대통령실은 성명을 통해 라후드 대통령이 하리리 총리에게 새 내각 구성이 완료될 때까지 총리직을 맡아 주도록 요청했다고 밝혔다. 하리리 총리는 30명의 새 내각이 구성될 때까지 과도 내각을 이끌게 되며, 이후차기 총리로 임명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 그는 라후드 대통령으로부터 조각권을 위임받은 뒤 "내일부터 의회와 (새 내각 구성안을)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라후드 대통령과 128명의 의원들은 장시간 총리지명 문제를 협의했으며, 93명의 의원들이 하리리 총리에게 재신임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하리리 총리는 지난 15일 라후드 대통령을 방문해 사임의사를 전달했으며 바로 수리됐다. 그의 사임은 미국이 시리아에 대해 대량살상무기 보유 의혹을 제기하며 압박 수위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발표돼 배경을 놓고 갖가지 추측을 낳기도 했다. 분석가들은 그러나 하리리 총리의 사의 표명이 각본에 따른 조치라고 지적했다. 레바논 일간 안-나하르도 정부 교체는 시리아의 뜻에 의한 것이라며 몇몇 장관들을 교체해 대중적 기반을 확대하는 선에서 친(親) 시리아 정부가 재출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라크 이후 미국의 다음 목표로 떠오른 시리아가 미국과의 긴장 상황에 집중하려면 후방이 안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레바논의 정치 평론가 미셸 영은 "동부 국경에 신경써야 하는 시리아로서는 레바논 문제까지 신경쓰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차기 정부 구성은 라후드 대통령과 하리리 총리간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두 지도자간의 불화와 이견으로 기존 내각은 장기간 마비상태에 빠져 있었다.경제개혁과 국내 정치 문제 등으로 기존 내각의 기능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후견국인시리아마저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이 때문에 오래전부터 개각이 예상됐지만 이라크전쟁 등 국내외 사정으로 연기돼왔다. 미국은 시리아가 친이란계 게릴라 단체인 헤즈볼라에 대한 지원을 중지할 것을요구하고 있다. 헤즈볼라는 레바논 의회에도 진출해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의 대 시리아 위협은 레바논에도 당장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레바논은 헤즈볼라의 거점이며 헤즈볼라 게릴라들은 지난 2000년 이스라엘이 22년간 점령해온 남부 레바논에서 철군토록 하는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분석가들은 새 내각이 시리아의 레바논 장악에 반대하는 기독교계의 목소리도포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야당의 내각 진출은 극히 제한적이 될 것이며전체적으로는 강력한 친시리아 정부가 재출범할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시리아는 1975-1990년 레바논 내전 기간에 이슬람계와 좌파 및 팔레스타인계의공세에 밀리던 기독교 민병대를 지원하기 위해 병력을 투입했다. 이후 기독교민병대는 시리아에 등을 돌리고 이스라엘측에 가세했다. 그러나 시리아는 아직도 레바논의정치, 군사적 후견국으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 특파원 bar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