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함락이 임박한 가운데 시내 전체가 전시 무정부 상태에 빠지자 주민들에 의한 약탈이 자행되고 있다. 바그다드 현지의 목격자들은 미군이 9일 진격한 바그다드 동북부 사담시티를 비롯한 곳곳에서 광범위한 약탈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사담시티에서는 주민들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와 진격하는 미군에 환호를 보내면서 환영했지만 한편에서는 상점에 몰려가 문과 창문을 마구 부수고 가구, 식량, 가전제품 등을 들고 나왔다고 목격자들은 말했다. 목격자들은 또 사담시티의 주민들이 미군이 진격하기전 이곳을 지키던 사담 페다인 민병대를 몰아냈다는 소식도 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담시티는 그동안 이라크 집권세력인 수니파에 의해 탄압과 핍박을 받아온 시아파 주민들이 몰려사는 빈민지역이다. 또 바그다드 중심부의 정부청사와 경찰서, 올림픽위원회 본부 등 관공서도 약탈의 대상이 됐다. 특히 수십명의 젊은이들이 떼지어 무역부 청사에 몰려가 에어컨, 냉장고, TV 등을 들어내는 모습이 목격됐다. 이들중 일부는 정부청사에 걸린 사담 후세인 대통령의 초상화를 부숴버리기도 했다. 이같은 일들은 미군이 바그다드 전체를 거의 장악하면서 이라크 정부의 통제력이 와해돼 함락이 임박했음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현상으로 미군이 질서유지에 나서지 않을 경우 약탈과 무질서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BBC 방송은 이날 영국군이 무법천지로 변해 약탈이 만연됐던 남부 바스라의 질서회복을 위한 조치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영국군이 7일 전격 진격한 이후 바스라는 많은 시민들이 대학과 은행, 공공건물 등을 약탈하는 등 무법천지의 혼돈 속으로 빠져들었다. (바그다드 AFP=연합뉴스) karl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