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딸이자 어머니, 아내입니다. 여러분이 `꽃의 본성'인 신선함과 아름다움, 자비심을 지킬 수 있다면 아버지, 남편, 주위의 남자들이 폭력에 사로잡히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평화운동가 틱 낫한 스님(77)이 3일 오후 7시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여성이 만드는 평화'라는 주제로 강연회를 가졌다. 이번 행사는 폭력과 전쟁을 반대하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모으기위해 페미니스트저널 `이프'와 한국여성민우회 등 여성단체가 마련한 것으로, 신학자이자 여성학자인 현경(玄鏡·47) 미국 유니언대 교수가 사회와 통역을 맡아 2시간 동안 진행됐다. 강연회가 열린 이대 강당은 채플 강의가 이뤄지는 곳으로, 불교계 인사가 대강당에 서는 것은 지난 1956년 완공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저는 베트남전쟁 중 한 여성이 군인들에게 꽃을 주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그 여인은 손에 꽃을 들고 있었지만, 진정한 꽃은 그녀 자신이었지요. 자비, 이해, 용기라는 에너지는 자신뿐 아니라다른 사람을 구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 폭력과 화로 가득차 있을때는 주변 사람들마저 고통스럽게 만듭니다." 틱 스님은 "폭력은 잡지나 TV등 우리가 소비하는 것들을 통해 내면에 스며든다"면서"폭력의 원인을 찾기위해서는 우리가 무엇을 소비하는지부터 살펴봐야하며, 비폭력적인 사회는 가정의 평화교육에서부터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틱 스님은 또 강연 말미에 "북한이 굶주리고 있음에도 만약 핵무기를 개발한다면 그것은 그들의 `공격성'때문이 아니라 `남한과 미국이 자신들을 공격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혀있기때문"이라며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는 것 역시 그 이면에는 테러리즘에 대한 미국인들의 두려움이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과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했을때 비로소 북한과의 소통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여성이 만드는 평화'를 상징하는 핑크색 스카프와 배지, 의상 등을 갖춰 입고 참석했으며,강연을 마친 뒤에는 촛불 명상시간을 가졌다. 틱 스님은 4일 방한 일정을 마치고 출국한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기자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