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부가 농지소유·매매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한다. 그 배경은 "농업시장 개방확대,농업인구 감소와 노령화 등 대내외적 변화에 따라 현행 농지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방안을 연구하기로 했다"는 농림부 당국자의 말을 보면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우리 농업과 농촌사회가 직면한 심각한 위기상황을 이대로 방치할 수 없고 보면 정부당국이 가능한 모든 대책을 강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당장 내년 쌀시장 개방에 관한 재협상을 앞두고 있어 시간적인 여유가 별로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때늦은 감조차 없지 않다. 현재로선 농지제도 개선방향에 대해 아직 뚜렷한 정부입장이 없는 것 같다. 농림부측도 일단은 "변화된 여건에 맞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오는 9월말까지 우리 형편에 맞는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할 뿐이다. 그러나 일부에선 이번에야말로 경자유전의 원칙에 대한 재검토를 포함해 획기적인 개혁안을 요구하고 있는데,그동안 관계당국의 무사안일과 다급하게 돌아가는 국내외 상황을 감안하면 전혀 무리한 주장은 아니라고 본다. 현행 농지제도는 "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된다"는 헌법 121조와,"농지는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이를 소유하지 못한다"는 농지법 6조에서 이른바 경자유전의 원칙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원칙이 그동안 국내농업 육성에 얼마나 효과가 있었으며 과연 앞으로도 유지할 필요가 있는지는 진지하게 따져 볼 때가 됐다. 농업경쟁력 강화는 물론이고 농촌사회의 공동화를 막기 위해서도 어떻게든 농촌지역으로의 자본유입을 촉진해야 한다는 현실적 요구를 감안할 경우 더욱 그렇다. 농림부는 이미 농촌주택 구입에 대해선 1가구 2주택에 따른 양도소득세 과세를 배제하는 한편, 도시거주자에게도 3백평 이하의 농지소유를 허용했다. 또한 한계농지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민간기업과 도시민의 참여를 개방하는 동시에, 농지대체조성비 부담도 50% 이상 감면해주는 등 나름대로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기존의 농지제도 틀안에선 한계가 뚜렷한 실정이다. 그렇다면 농지신탁제도 도입을 비롯해 농지거래 규제의 대폭 완화를 주저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본다. 다만 난개발을 막고 투기방지를 위해 농지전용 문제만큼은 농지거래 자유화와는 별도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