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전망을 전면 수정키로 했다고 한다. 국내외 예측기관들이 너나 없이 전망치를 수정한 터여서 특별히 새로운 일은 아니다. 그나마도 이라크전쟁 진행 경과를 좀더 지켜본 뒤 이달 중하순에야 수정전망치를 내놓을 예정이라니 한국은행의 현실 반응 속도는 이다지도 느린 것인지 오히려 답답한 정도다. 어떻든 한은의 수정치는 올해의 경제성장률을 당초의 5.7%에서 4%대 후반으로 낮추고,경상수지는 20억∼30억달러에서 균형 또는 소폭 적자로,물가상승률은 3.4%에서 4%대 초반으로 조정한다는 것이 주된 골자다. 이라크전의 양상에 따라 아예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일지도 모른다는 전망(국제금융센터,한국경제연구원)까지 나와있는 터라 수치 자체가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문제는 경제가 이다지도 급격하게 나빠지고 있는 진짜 이유다. 그것이 호황 뒤에 불황이 닥치는 식의 경기순환적 침체가 아니라는 면에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외환유동성에서조차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고 블룸버그 등 일부 외신은 최근까지의 한국경기를 '카드로 쌓아올린 집'으로까지 폄훼하며 자칫 최악의 금융시장 불안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단순히 이라크 전쟁의 장기화와 그에 따른 석유수급의 불안 때문만이라면 언제든 대외 여건이 호전되면서 경제도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들 외부의 조건보다 내부의 요인이 더욱 심각하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신정부의 노동·복지정책 등이 경제현실과 지나치게 동떨어져 있어 그 방향으로 가다 보면 경기침체는 거의 필연적이라는 것이 진정 우려되는 부분이다. 여기에 집단소송제와 출자총액 규제 등 어느 하나 기업가들의 투자의욕을 저상시키지 않는 항목이 없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가 잘 돌아가기를 바란다면 그야말로 나무 위에서 물고기를 잡자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이라크 전쟁 이후에는 북핵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불거지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거 주식을 팔고있는 데서도 드러나는 그대로다. 바로 여기에 금리조정,재정 조기집행 등 경기대책의 한계가 있는 것이고 그래서 불안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이같은 내부요인들을 애써 모른 체하면서 경제를 살릴 묘책이 있을 수는 없다. 경제정책의 기본을 원점에서 재정립하지 않는다면 어떤 심각한 상황이 올지 모른다는 것을 당국자들은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