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의 해묵은 통합 문제가 다시 불거지면서 찬.반 입장으로 갈린 두 기관이 전면전을 벌일 태세다. 두 공기업의 통합 문제는 지난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필요성을 지적한데 이어 지난 27일 노무현 대통령이 건설교통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주공.토공 통합문제를 빠른 시일 내에 마무리짓도록 하라"는 지시를 내림으로써 공식화됐다. DJ정부 초기 뜨겁게 거론되다 두 기관의 이해관계에 밀려 물밑으로 가라앉았던 주공.토공 통합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셈이다. 이에 따라 통합 당위성을 놓고 벌일 두 기관의 명분과 실리 싸움도 2라운드로 접어들며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 주공이 선제공격에 나서 =주공은 건교부의 대통령 업무보고 하루 전인 지난 26일 일부 일간지에 '대통령님! 주공.토공 통합은 신속히 이루어져야 합니다!'라는 광고를 전격적으로 게재했다. 그동안 통합에 반대해온 토공 직원들은 "건교부 업무보고를 코 앞에 두고 주공이 이런 광고를 내다니 어이가 없다"며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 전면전으로 돌입할 태세 =두 기관의 대립은 주공측의 광고 게재 이후 전면전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토공은 바로 다음날인 27일 '최근 대한주택공사 노동조합의 주공.토공 통합 찬성 광고는 한국노총의 입장과는 전혀 무관함을 밝힙니다!'라는 제목의 대응광고를 주요 일간지에 게재하는 '초강수'를 띄웠다. 토공 홍보처 임홍구 부장은 한국노총 명의로 광고를 실은 배경과 관련, "주공의 광고 플레이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 토공 이름으로는 일절 반응하지 않는 대신 노조 상급단체인 한국노총을 내세우게 됐다"고 설명했다. 주공 역시 26일부터 28일까지 3편의 광고를 잇달아 내고 주공.토공 통합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주공은 또 지지층 확대를 위해 통합관련 주무부처인 기획예산처 출입기자들의 명단 확보에 나서는 등 전면전 준비에 들어갔다. ◆ 양사의 입장 =통합에 대한 토공측의 입장은 '반대'다. 토공 경영기획팀 최기영 과장은 "통합이라는 것은 합쳤을 때 '시너지 효과'가 있어야 하는 것"이라며 "주공과 토공의 기능과 역할이 완전히 특화.전문화된 상황이기 때문에 통합을 해도 효과가 없다"고 주장했다. 토공의 또 다른 관계자는 "택지분야에서 중복된 두 기관의 업무를 조정하자는게 통합의 취지인데 주공과 토공이 개발하는 택지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며 '통합 무용론'을 내세웠다. 이에 대해 주공은 "토공은 주공에 흡수통합되는 형태가 될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반대하고 있다"며 반박했다. 주공 경영개선팀 남상구 팀장은 "실기하게 되면 두 회사의 조직은 갈수록 비대해질 것이고 그만큼 구조조정에 따른 피해가 커질 것"이라며 "새 정부가 들어선 지금이 통합의 적기"라고 강조했다. ◆ 이번에는 통합될까 =일단 오는 4월 열리는 임시국회가 1차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현재 국회 건설교통위원회에 계류 중인 '토공.주공 통합공사법'이 통과되면 바로 통합 수순을 밟게 된다. 하지만 결과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두 기관이 사활을 걸고 대(對)국회 로비에 나설 게 뻔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오죽하면 DJ정부에서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고 지금까지 끌고 왔겠느냐"라고 반문했다. 다만 주무부처인 건교부가 이번에는 적극적인 자세로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건교부는 되도록 빠른 시간 내에 통합을 매듭짓는다는 입장이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