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메랄드 빛 투명한 바닷물과 깎아지는 석회암 절벽으로 둘러싸인 절경.필리핀의 수많은 섬 휴양지 가운데서도 엘니도 군도가 내 놓은 천혜의 절경은 독보적이다. 저 바다 밑바닥까지 들여다보일 만큼 맑은 바다와 고운 모래가 발을 간질이는 해변.잠시 도시를 벗어나 쉼표 하나를 찍어 보기에 더 없는 탈출이 시작된다. 생의 단 한번 맞이하는 신혼여행이라면 더 짙은 낭만으로 마음을 채워 주는 곳,엘니도.마닐라에서 비행기로 1시간 30분.어느 새 코발트와 네이비블루가 얼룩지듯 투영된 아름다운 바다가 시선을 사로잡기 시작한다. 드문드문 떠 있는 크고 작은 섬들이 바다의 빛깔을 더욱 아름답게 하는 곳.엘니도와의 만남은 푸른 느낌으로 시작된다. 엘니도 리오 공항까지는 19인승 경비행기를 타고 가는 것이 보통.요란한 소리를 내는 프로펠러의 진동에 몸을 실어 보는 흔치 않은 경험이 여행의 즐거움을 더한다. 공항 근처 마련된 전용 라운지에서의 잠깐의 휴식.엘니도 최고의 리조트로 손꼽히는 미니록 리조트로의 여행은 작지만 섬세한 배려로 시작한다. 공항 부두에서 소형 스피드 보트를 타고 가다 다시 필리핀 전통 선박인 방카로 옮겨 탄 뒤이어지는 40여 분간의 항해.끝없이 펼쳐지는 바다와 군데군데 떠 있는 기암섬이 그리는 풍경화 탓에 지루함을 느낄 겨를이 없다. 2억5천만년 이상 된 기암절벽도 있다는 것이 현지 가이드의 설명.게다가 필리핀에서 최초로 사람이 살기 시작한 섬이라는 역사는 신비로운 여운마저 남긴다. 엘니도 미리록 리조트는 최근 몇몇 인기 연예인들의 신혼여행지로 알려지면서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엘니도 군도에서 가장 먼저 생긴 "원조" 리조트 격인 미니록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객실 수는 31개.친환경적인 컨셉트를 스스로 채택했을 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의 엄격한 자연보호 정책 탓이다. 덕분에 리조트 주변에는 맑은 바다와 화려한 색감을 뽐내는 열대어와 산호,바다거북이 등을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인근 숲에는 1백 여종이 넘는 조류가 서식하고 있다. 미니록 리조트의 선착장으로 다가가는 배를 향해 환영의 노래와 춤을 선사하는 스테프들의 모습 역시 자연을 닮아 따듯하게 다가온다. 미니록 리조트의 객실은 모두 독립 별장 형식.형태에 따라 크게 워터,클리프,시뷰,가든 코티지로 나뉜다. 모든 코티지는 필리핀 전통 건축양식에 따라 코코넛 잎으로 지붕을 얹고 있다. 코티지에는 에어컨과 미니바,냉온수 샤워시설과 냉장고,전화,헤어드라이어 등 휴식에 필요한 모든 시설들이 갖춰져 있다. 리조트 측에서 제공하는 비누와 샴푸,컨디셔너,로션 등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특별 제작된 것들.미니록에서의 즐길 거리들은 무궁무진하다. 마린 스포츠 센터에서는 다이빙과 카약,윈드셔핑,아쿠아 바이킹을 즐긴다. 리조트의 선착장 근처에서는 언제든지 스노클링이 가능하다. 특히 스쿠버 다이빙의 경우 초보자라 할 지라도 전문 다이버의 1대1 지도로 진행되어 쉽고 빠른 레슨이 가능하다. 세계 최고의 다이빙 포인트 중 하나로 손꼽히는 만큼 아름다운 심해의 풍경을 맛보려는 많은 신혼부부들이 도전하고 있다. 한글로 된 설명서를 구비하고 있기도.또 라군투어,망그로브 투어,아일랜드 호핑투어,낚시를 비롯 농구와 배구,당구 등의 스포츠도 즐길 수 있다. 리조트 내에는 야외바,비디오룸,부티크,게임룸 등이 갖춰져 있어 휴식의 나머지를 채워준다. 메인 레스토랑인 클럽하우스에서는 세계 각국의 음식과 현지 전통 음식들을 뷔페로 맛보는 곳.리조트 내의 모든 식사와 커피는 무료인 점이 이 곳의 특징이다. 리조트에는 게스트 액티비티 코디네이터가 상주하면서 이런 모든 활동들을 도와준다. 게스트들의 스케줄 안내를 도맡아 하는 탓에 차근차근 모든 것을 만끽해 볼 수 있는 셈.흥분과 즐거움의 뒤끝으로 섬과 바다가 안겨주는 낭만도 빼 놓을 수 없다. 미니록이 있는 바큐잇 베이에는 20개가 넘는 무인도가 있다. 오직 둘 만의 선탠과 수영,스노클링 등이 허락되는 공간.완전한 고립이 주는 아이러니한 해방감이 여기에 있다. 점심식사는 리조트에서 "알아서" 도시락을 준비해 준다. 휴식과 즐거움으로 짧기만 한 하루가 저물어 갈 즈음이면 사람들은 하나 둘 씩 배에 오른다. 해가 저무는 서쪽 하늘을 향해 떠나는 선셋 크루즈.바다와 섬을 붉게 물들이는 석양을 바라보면서 칵테일과 카나페를 즐기는 시간은 엘니도 미니록 리조트가 가장 아름다워지는 순간으로 남는다. 글=남기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