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민항업계는 이라크 전쟁으로 9.11 테러에 이은 또다른 타격이 불가피하나 유럽 항공사들이 미국에 비해 적응이 상대적으로 용이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26일 전망했다. 이들은 미 항공사들이 9.11 사태후 미 정부의 지원에 크게 의존하고 노조의 강한 입김 때문에 임금 삭감 등 구조조정에서도 괄목할만한 진전을 이루지 못한데 반해 유럽은 상대적으로 강도높은 자구책을 강구해온 덕택에 위기 적응력을 높일 수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미국 2위 항공사인 유나이티드가 지난해 12월 파산 보호를 신청한데 이어 잘못하면 아예 문을 닫은 처지이며 1위인 아메리칸 항공도 파산 보호에 들어갈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런던 소재 코메르츠방크의 도미닉 에드리지 연구원은 "유럽 항공사들은 (이라크전쟁이 터질 것임을) 오래 전에 예감하고 준비해왔다"면서 "지난 12개월간 유사시에대비해 경비를 줄이면서 현금도 상당 규모 확보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 항공사의 경우 최대 수입원인 북미시장이 전쟁으로 위축되는게 타격이 아닐 수 없다면서 그러나 지난 18개월간 특히 고급 수입원인 비즈니스 승객이 급격히 줄어드는 어려움 등을 감내하는 노력을 했기 때문에 "지난번 걸프전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에드리지는 "9.11 사태후 특히 에어 프랑스, 루프트한자, 브리티시 에어웨이스및 KLM이 빠르게 적응했다"면서 따라서 "이번에도 이들이 가장 유리한 상황"이라고말했다. 루프트한자는 경비절감 노력이 주효해 지난해 7억1천700만유로(7억6천만달러)의순익을 낸 상황에서 유사시에 대비해 20억유로 이상의 현금을 확보했다. 또 올들어노선 감축을 통해 항공기 31대를 운행 중지시켰다. 브리티시 에어웨이스도 18억파운드(28억달러)의 현금을 확보한 상태다. 이밖에에어 프랑스는 10억유로, 네덜란드항공 KLM은 8억유로의 현금을 각각 준비한 것으로분석됐다. 전문가들은 유럽 항공사들이 이라크 전쟁에 따른 경비 추가절감에도 적극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브리티시 에어웨이스는 전쟁으로 황금시장인 대서양 노선 감축이 불가피하다고판단하고 발빠르게 조치를 취해 4-5월중 4%를 축소시켰다. 브리티시 에어웨이스는이미 지난해 10억파운드 상당의 경비를 줄인 바 있다. 에어 프랑스의 경우 여름 휴가철의 항공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운항 스케줄을 축소 조정하는 한편 유가 부담을 분산시키기 위해 과감하게 요금을 인상했다. BNP 파리바의 닉 반 덴 브륄 연구원은 "의심할 여지없이 미 항공사들이 (유럽경쟁사들에 비해) 훨씬 나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 항공업계가 테러후 100억달러가 넘는 당국의 지원에 회생의 상당 부분을 의지했으며 이 과정에서 구조조정도상대적으로 게을리 했음을 상기시켰다. 또 노조의 입김이 센 것도 경비절감 노력에장애가 됐다고 덧붙였다. 반면 유럽연합(EU)은 벨기에 정부가 자국의 사베나 항공을 지원하려는 것을 봉쇄한 점을 브륄은 상기시켰다. EU는 그러나 이번에는 입장을 완화시켜 역내 항공사간 경쟁에 적용해온 규제를 늦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라크 전쟁이 터진 것과 관련해 유럽 항공업계 일각에서는 미국과 유럽항공사간에 그간 이어져온 승객정보 공유 노력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일고 있다. (런던 AFP=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