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자살특공대를 막아라.' 수심이 깊어 대형선박이 접안할 수 있는 이라크 유일의 전략항 움 카스르를 장악, 해안 등에 부설된 기뢰를 제거하는 소해작업을 마친 뒤 이라크 민간인들에 대한식량, 의료품 등 구호물자를 하역하려던 미.영.호주 연합군에게 예기치 못한 고민거리가 생겼다. 고능성폭약을 적재한 채 연합군의 함정 등을 향해 '가미카제'(神風)식 자살공격을 감행하는 이라크군의 쾌속정의 출현이 바로 그것이다. 연합군의 고민은 지난 26일 현실로 나타났다. 움 카스르와 걸프만으로 통하는샤트 알 아랍 수로(水路)를 순찰 중이던 이란 해군은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4척의괴선박에 대해 정선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괴선박들은 정선 명령을 무시한 채 계속 움 카스르항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괴선박이 이라크군 쾌속정으로 판단한 이란 해군은 40mm 보포스 포와 50구경 기관총 등을 동원해 발포를 시작했다. 잠시 동안의 교전에서 3척은 도주했으나 한 척은 좌초됐다. 수색에 나선 이란해군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좌초선박에서 500㎏의 고성능폭약이 실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쾌속정들의 목적은 간단했다. 움 카스르항에 정박하고 있거나 느린 속도로 항해중인 연합군의 함정이나 구호물자를 선적한 수송선 등과 충돌, 파손시키기 위해서였다. 이번 전쟁에서 중립을 선언한 이란은 정보채널을 통해 이 사실을 연합군측에 통보했다. 특히 미국으로서는 이란의 이 통보를 가볍게 여기지 않았다. 이미 지난 2000년12월 예멘의 아덴항에서 연료 보급을 위해 정박 중이던 미 해군 구축함 콜호에 대해테러단체 알-카에다의 추정되는 폭탄 적재 쾌속정에 의한 기습으로 탑승했던 해병대원 17명이 사망하고, 38명이 부상하는 뼈아픈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10월 6일에도 예멘 동부해안에서 원유를 싣고 있던 프랑스 선적 대형유조선 랭부르호에 대해 역시 테러단체의 소행으로 보이는 쾌속정에 의한 자살테러공격 사실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급해진 연합군은 곧장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우선 움 카스르항에 대한 소해작업과 수중정찰 활동 임무에 투입된 영국과 호주해군에 대해 경계를 강화하도록 했다. 특히 야간에도 해상목표물을 손쉽게 찾을 수 있는 투시장비를 장착한 해상순찰헬기 등 항공기와 고속정 등을 동원해 이라크군이나 민병대에 의한 자살공격 가능성을 차단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미해군특수전사령부 소속 특수보트대(SBS)에 도움을 요청, 50구경 중기관총과 급속유탄발사기 등을 장착한 특수전지원용 마크-5 쾌속정과 쾌속고무보트(RIB) 등의 지원을 받기로 했다. 또 주요 함정들도 해상 대 테러전 능력을 갖춘 미 해병대 소속의 기습공격대(FAST)요원들을 탑승시키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런 '물샐틈없는' 해상경계에도 불구하고 어선 등으로 가장한 자살테러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연합군 해군 수뇌부의 고민이다. (하노이=연합뉴스) 김선한 특파원 s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