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7일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경유승용차의 2005년 판매허용 방침을 최종 결정함에 따라 자동차 판매차종의 일대 지각변동이 예상되고 있다. 현재 휘발유승용차 일색인 자동차시장에서 소비자들의 수요가 상대적으로 연료비가 저렴한 경유승용차쪽으로 옮겨갈 것으로 전망돼 자동차업체들은 경유승용차 생산과 판매에 필요한 대응방안 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2005년부터 유럽연합(EU)의 배출가스 허용기준인 유로-3와 유로-4를 동시에 판매허용키로 한데 대해 현대.기아차는 환영하는 반면 GM대우자동차와 르노삼성자동차 등은 이에 반발하고 있어 업체간 희비교차와 함께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GM대우차는 경유승용차 허용시기도 불만인 가운데 이날 회의에서 자신들이반대해온 경차규격의 확대까지 결정되자 매우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현대차 `환영'-GM대우.르노삼성차 반발 = 현대.기아차는 정부의 이번 결정이경유승용차의 국제기준에 부합한다는 점과 국내 자동차업체의 수출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드러내지는 않지만 크게 환영하고 있다. 이에 반해 GM대우차와 르노삼성차는 환경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경유승용차를허용할 경우 기준이 높은 유로-4 기준을 일괄 적용하는 것이 합리적인데도 유로-3판매를 조기에 허용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와 GM대우 및 르노삼성차의 입장이 이같이 크게 다른 것은 경유승용차 허용과 관련한 대의명분 보다는 차 판매에 있어서의 이해관계가 크게 엇갈리기때문이다. 현재 유로-3 기준에 맞춰 준중형 경유승용차를 수출하고 있는 현대.기아차는 2005년에 바로 유로-3 기준의 경유승용차 판매가 가능한 반면 GM대우나 르노삼성차는유로-3나 유로-4 기준의 차량을 내놓기 어려워 경유승용차 시장을 2005년 1년간 그대로 현대.기아차에 내줘야할 상황인 것이다. GM대우와 르노삼성차는 유로-3 기준의 경유승용차 대신 유로-4 기준의 경유승용차를 2005년에 최대한 빨리 내놓는 쪽으로 노력은 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시간이 촉박하다며 정부의 결정이 특정업체만을 배려한 정책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GM대우차 관계자는 "무슨 급박한 사유가 있어 2005년 1년에 한해 유로-3와 유로-4의 병행 판매를 허용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특정업체의 입장만을 고려한 정책결정이라는 오해를 받게 될 이번 결정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경유승용차 개발.판매 전망 = 현대.기아차는 2005년 초부터 유로-3 기준의 경유승용차를 내놓고 같은해 10월부터는 유로-4 기준의 승용차를 출시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상황에서 현대.기아차가 2005년에 유로-3 기준으로 국내 시장에 내놓을 수있는 경유승용차는 1천500cc급 준중형 승용차로 베르나, 아반떼XD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2천cc급 이상의 중.대형 승용차는 현재의 상황으로는 유로-3 기준에 맞춰 내놓기는 어렵지만 기술개발 정도에 따라 가능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GM대우차와 르노삼성차는 일단 유로-3 기준은 포기하고 유로-4 기준 경유승용차를 가급적 빨리 내놓겠다는 계획이지만 현실적으로 2005년에 내놓기는 촉박하다는 입장이다. GM대우차와 르노삼성차는 이미 GM이나 르노가 개발해 놓은 엔진을 수입해 올 수도 있지만 이 경우 현대.기아차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어 불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따라 르노삼성차 등은 엔진을 국산화하는데 박차를 가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하면서 유로-4 차량에 대한 혜택을 통해 유로-3 차량의 비정상적인 증가를억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유로-3와 유로-4를 병행한다고 하더라도 가격면에서 유로4 기준의 경유승용차가 훨씬 비싸기 때문에 유로3 기준의 수요가 불균형적으로 커질 수 밖에 없다"며 "유로-4에 대한 세제 감면 등 구체적인 보안책을 통해 유로-3가시장을 잠식하는 것을 억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차규격 확대 GM대우차 `설상가상' = GM대우차는 경유승용차 조기허용 결정과 함께 경차 규격 문제마저 배기량의 경우 기존 800cc미만에서 1천cc 미만으로, 차폭은 1.5m에서 1.6m로 확대하는 쪽으로 정해져 회사측의 입장이 전혀 반영되지 않자극심한 낭패감을 맛보고 있는 상태다. GM대우차는 현재의 경차기준에 맞춰 마티즈의 후속인 M-200(프로젝트명)의 개발에 들어가 내년 하반기부터 판매한다는 계획인 상황에서 경차 규격이 확대되면 경유승용차 문제와 맞물려 회사 경영전반에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즉 정부가 정한 경차규격 확대 유예기간 3년이 지난 2006년 하반기께부터 경쟁업체에서 새로운 규격에 맞춘 `큰 경차'가 나올 경우 많은 개발비를 투자한 M-200의판매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GM대우차는 또 경차 규격을 확대할 경우 고유가시대에 에너지 절감 차원에서 현재 추진되고 있는 경차 지원방안 자체가 의미를 잃게 되는데다 차량 가격 상승과 중량 증가에 따른 연비 저하 및 차량 유지비 증가 등 소비자 부담이 커지고 수출 가격상승으로 유럽 수출시장의 기반도 상실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편 GM대우차는 경유승용차 문제나 경차규격 확대가 모두 현대.기아차가 원했던 방향대로 정책결정이 이뤄진데 대해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GM대우차 관계자는 "현행법규를 준수, 막대한 투자를 한 업체는 피해를 보고 그렇지 않은 회사가 이득을 보는 갑작스러운 법규 변경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며 "이번 사안들은 회사의 존폐여부까지 생각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준 송수경기자 june@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