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연맹 외무장관들은 24일 카이로에서 정례회의를 갖고, 이라크에 대한 `침공'을 규탄하고 미국-영국 연합군의 즉각적인 철수를 촉구하는 결의를 채택했다. 아랍 외무장관 회의 폐막 결의는 "이라크에 대한 미국과 영국의 침공을 규탄한다"며 "침략군이 무조건, 즉각 철수할 것"을 촉구했다. 결의는 또 "모든 아랍국가들에게 이라크나 다른 아랍국가의 통일과 영토적 통합을 해치는 어떠한 군사행동에도 가담을 삼가도록 촉구한다"고 밝혔다. 리비아의 알리 트리키 아프리카통일 장관이 낭독한 최종 결의는 미-영국군의 이라크 공격이 "유엔헌장을 위반하고 국제사회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아랍 외무장관들은 또 회원국 유엔 대표들을 통해 "(미.영국군의) 침략을 중지시키고 즉각적인 철수를 유도하기 위해 안보리 긴급 회의 소집을 요구하도록" 지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므르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은 회의 참가국들 가운데 쿠웨이트를 제외한 나머지 회원국 모두가 결의를 지지했다고 말했다. 쿠웨이트의 아흐메드 쿨라이브 아랍연맹 상주대표는 전날 회원국 장관들에게 쿠웨이트에 대한 이라크의 미사일 공격을 규탄해주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지 사브리 이라크 외무장관은 "모든 회원국등이 야만적인 적군에 맞서있는 이라크에 지지를 확인해줬다"며 결의 채택에 환영을 표시했다. 사브리 장관은 그러나 쿠웨이트가 이웃 형제국에 대한 전쟁에 가담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아랍국들의 입장에 동조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라크 침공에 가담하고 있는 오직 한 국가가 결의를 수용하지 않았다"면서 "쿠웨이트가 바로 그 국가"라고 꼬집었다. 사브리 장관은 쿠웨이트가 결의를 지지하지 않은 이유는 "미-영국의 침략을 위해 자국 시설들을 제공하는 등 침략에 가담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이라크 영토의 3분의 2가 침략군에 제공됐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쿠웨이트측 쿨라이브 대표는 결의가 "균형을 상실했고,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을 분명하게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지를 유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라크전 개전 이후 처음 열린 아랍 외무장관 회의에는 사브리 이라크 외무장관을 비롯해 16개국 외무장관들이 참석했으며 나머지 국가들은 고위 외교관들이 대신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서 회원국들은 친미와 반미 진영으로 갈려 침공 규탄결의 채택을 둘러싸고 설전을 벌였다. 카타르의 하마드 빈 자심 알-사니 외무장관은 결의초안 논의 도중 회의장을 빠져 나갔다. 그는 "이같은 회의가 유익하다고 생각지 않는다"면서 "아랍 대중 여론을 달래기 위해 개최된 회의"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전쟁을 종식시키는 것이지 무익한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번 외무장관 회의는 연 2회 열리는 정례회의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과 인권 상황 등 여러 현안들을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특수한 역내 상황에 따라 이라크전쟁 중지 방안을 주의제로 다뤘다. 아랍 지도자들은 전쟁 발발 직전에 긴급 소집된 정상회의에서 사우디 아라비아-리비아, 이라크-쿠웨이트 대표들간 뿌리깊은 반목과 증오만 재확인채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아랍 국가들은 지금도 미.영의 이라크 공격에 대한 공개적인 반대 구호의 뒷면에서 은밀한 지원을 계속하는 표리부동한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분석가들은 이라크가 전쟁의 직접적인 피해국이지만 주변 아랍국들도 분열과 무기력 노출, 여론의 신뢰 상실이라는 심각한 간접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특파원 bar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