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이 조기에 끝날 것이라는 '무분별한 낙관주의'에서 비롯된 세계 주식시장의 랠리가 전쟁이 예상보다 장기화될 경우 갑자기 중단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23일 보도했다. 타임스는 주식시장은 동맹군의 신속한 승리를 기대하고 있으나 지난 주말의 전황을 볼 때 이번 전쟁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도 있다고 밝히고 투자자들은 전쟁을 가장 중요한 문제로 생각하고 있으나 전후의 시나리오 역시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세븐 인베스트먼트의 저스틴 우르쿠하트-스튜어트 투자전략가는 "시장은 이번 전쟁 중에도 전통적인 불안감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하고 "전쟁이 눈앞에 있는 안개라면 시장은 경제가 안개 저편의 어디로 향하는 지를 보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이 성장을 가능하게 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전제하고 "걸프전 이후에는 금리 인하와 물가 하락을 통해 성장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금리와 물가가 이미 상대적으로 낮고 미국과 영국의 소비자 신뢰도는 떨어진 상태"이라고 밝혔다. BNP 파리바 은행도 이번 전쟁이 단기전으로 끝나면 4-5월께 소비자 신뢰도의 상승이 시작될 수 있겠으나 다른 경제적 조건들을 고려할 때 소비자 신뢰도의 급상승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BNP는 "소비자 신뢰도는 고용 전망과 직결돼 있다"며 "노동력에 대한 수요가 부진할 경우 소비자들은 평소보다 더욱 불안함을 느낄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E-트레이드 증권 런던지사의 마틴 에번스 조사부장은 개전과 함께 세계 주식시장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고 말하고 작년 크리스마스 이전의 부정적 분위기와 달리 현재의 상황은 긍정적이며 단기적 랠리가 끝나면 이라크 재건이라는 경제적 자극이 뒤따를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한편 전쟁이 시작되면서 국제 유가와 금값은 폭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과거 수주일간 급등했던 채권 수익률의 하락도 점쳐지고 있다. 이에 대해 ING 파이낸셜은 "시장이 너무 성급하게 움직였을 수도 있다"며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수익률 곡선에 가파른 상승세가 있었으나 이 경향은 향후 전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향후 발표될 경제 실적과 함께 전황을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타임스는 결론지었다. (서울=연합뉴스) 정규득기자 wolf8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