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화가 울음을 터뜨리자 향이도 더는 눈물을참지 못했다. '남북 청소년 적십자 우정의 나무심기' 행사에 동참했던 남북 청소년들은 23일오전 금강산 삼일포를 함께 구경하는 것으로 2박3일의 아쉬운 만남을 끝냈다. 여중생 압사사고 현장인 경기도 의정부에서 왔다는 이유로 북측 청소년들로부터관심의 초점이 됐던 이상화(15.여.의정부여중 3년)양은 지난 21일부터 "언니, 언니"라고 부르며 유독 자신을 따랐던 최 향(12.여.평양 동성중 2년)양과 3일 내내 함께다니며 정을 나눴다. 처음엔 "촛불시위 할 때 가봤느냐"는 질문을 던져 상화를 난처하게 했던 향이였지만 어색한 질문은 그뿐이었고 그 뒤론 내내 학교나 가족, 친구들에 대한 얘기만나눴다. 상화와 향이가 특히 친해진 것은 22일 오후 아직도 눈으로 덮인 금강산 구룡연에 올라갈 때였다. "미끄러져도 같이 미끄러지자고 내내 손을 잡고 다녔어요. 향이가 사진을 찍느라고 잠시 내 손을 놨다가도 얼른 달려와서 나를 껴안을 때 많이 친해진 것 같아요" 상화는 북쪽에선 음료수는 '단물'이라고 부르고 피망은 '사자고추'라고 부른다는 얘기를 향이한테서 듣고는 신기해했다. 상화가 "영어 과목을 좋아한다"고 하자 향이도 "그럼 우리 영어로 얘기하자"고맞장구를 쳤고 상화가 남동생이 한 명 있다고 하자 향이는 "나는 언니랑 단 둘인데나도 남동생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부러워했다. "서로 비슷한 것같아요. 조금씩은 다르지만..." 정이 들대로 들어버린 상화와 향이는 삼일포 단풍정에서 북측이 먼저 부른 '다시 만납시다'라는 노래를 따라 부르다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고 단풍정 앞에서 상화가 먼저 버스에 올라타자 창문을 사이에 두고 서로 이름을 부르며 울었다. "언니 울지 마요" "꼭 다시 만나자" 버스 안에서도 향이를 생각하며 내내 눈물을 흘리던 향이는 3일 동안 함께 찍은사진과 편지를 향이한테 보내줄 방법이 없겠느냐며 안타까워 했다. (금강산=연합뉴스) 이충원기자 chung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