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국시간으로 22일 오전 3시 이라크 수도바그다드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감행함으로써 '충격과 공포'를 마침내 현실화했다. 이날 공습에서는 특히 티그리스강에 인접한 사담 후세인 대통령궁 구내에 5발이상의 미사일이 발사돼 일부 건물이 파괴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바그다드 시내의다른 정부청사들도 피폭돼 거대한 연기 속에 파묻혔다. 미국은 이날 공습에 걸프만과 홍해상에 정박중인 항공모함 등에서 약 320기의토마호크 미사일이 발사했다고 밝혔다. 리처드 마이어스 미 합참의장은 공습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지금까지 약 1천회이상의 출격이 이뤄졌고 수백 곳의 군사목표물들이 파괴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공습에 주력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사담 후세인 등 이라크 수뇌부, 군사령부, 통신센터 등 '중추신경'을 마비시켜 지휘.통제체제에 혼란을 가져온 뒤 종전을 앞당기기 위해서다. 이를 반영하듯 대통령궁, 군사령부, 통신센터, 방공관제센터 등에 공습이 집중됐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도 기자회견에서 "이라크군 수뇌부와 정부 고위관리들이 전선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교신을 제대로 할 수없어 극도의 혼란에 빠져 있다"면서 "이에 따라 이라크의 통제능력이 급속도로 마비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이유는 심리효과다. 지휘체계가 마비된 상황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이라크군에 대해 공습을 강화함으로써 전의(戰意)를 상실케하자는 의도다. 이미 미국과 영국은 이번 전쟁을 위해 지상과 해상발진 전폭기 수백대를 동원,명중도와 파괴력이 가공할 만한 최첨단 미사일과 정밀유도폭탄 세례를 퍼붓기 시작했다. 특히 레이더망에 걸리지 않는 B-2A 스텔스폭격기와 지난 1991년 1차 걸프전 당시 위용을 발휘한 B-52중폭격기는 가뜩이나 위축된 이라크군의 사기를 꺾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이와 함께 1차걸프전 당시 이라크 지상군들 사이에 공포의 대상이 됐던BLU-82 폭탄도 사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BLU-82는 폭발시 반경 3마일 이내의모든 것을 쓸어버릴만큼 가공할만한 폭발력을 지닌 재래식 폭탄이다. 미 공군은 지난번처럼 이번에도 이라크군의 저항이 거센 일부 전선에 수개의 BLU-82를 투하해 공포감을 조성한 뒤 항복을 요구하는 전단이나 공중방송을 할 계획인것으로 전해졌다. 미.영연합군은 대규모 공습에 따른 이라크군 지휘부 와해와 이에 따른 후세인정권의 와해를 노리고 있으나 결과는 아직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공습은 이미 사기가 땅바닥에 떨어진 상황에서만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이 역사적으로도 입증됐다. 제2차대전 당시 독일군은 영국의 런던에 대해 대대적인 공습을 감행했지만 오히려 영국민들의 전의만 강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베트남전에서도 미국은 대규모 공습을 실시했지만 적군의 사기를 저하시키는데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미.영연합군은 공습의 효과는 극대화시키는 반면 무고한 민간인 희생을 최소화하는데 부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인공위성으로 중계되는 지구위치시스템(GPS)에 의해 유도돼 특정목표물을 마치 자를 잰듯 정확히 타격할 수 있는 JDMA 같은 '스마트폭탄'(Smart Bomb)이나 크루즈미사일 등을 대량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1차 걸프전 이후 12년 동안 이뤄낸 기술혁신과 이에 따른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이번 전쟁에서 공습이 의도한 효과를 낼 수 있을는지는 좀더 두고 볼 일이다. (서울=연합뉴스) 최재석 기자 s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