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20일(한국시간) 이라크에 대한 군사 공격에 나선 가운데 전세계 증시와 원자재 거래시장의 동향은 지난 2001년의 9.11 테러당시와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장중 개전 소식이 전해진 아시아증시는 일제히 상승세를 나타내 한국증시의 경우 종합주가지수와 코스닥 지수가 각각 4.92%와 6.45%니 폭등했고 도쿄증시와 홍콩증시도 각각 2%에 가까이 올랐다. 지난 9.11 테러 직후의 첫 거래일에는 한국증시의 종합주가지수와 코스닥 지수가 각각 12.1%와 11.59%나 폭락했으며 도쿄증시와 홍콩증시도 각각 10% 이상 떨어지며 일제히 지수 1만선 아래로 떨어졌었다. 또 이라크전을 주도한 미국 및 영국의 증시도 개전 후 첫거래에서 일제히 소폭의 상승세를 나타내 전쟁이 빠른 시일내에 연합군측의 승리로 끝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반영했다. 이는 9.11 테러 당시 영국증시가 5.72% 떨어져 FTSE 100 지수 6천선이 무너지고 나흘 동안 휴장한 뒤 문을 연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도 684.81포인트(7.13%)나 폭락한 8천920.70을 기록하며 3년만의 최저치로 떨어진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밖에 나스닥 100 지수 선물의 경우도 9.11 당시에는 테러 소식이 금융시장에전해진 직후 30포인트 이상 폭락한 반면 이번에는 소폭의 상승세를 유지하며 안정세를 나타냈다. 한편 국제 상품거래소에서 원유, 금 등 원자재 가격은 9.11 사태 때와는 정반대로 급락세를 나타냈다. 20일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4월물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는 전날에 비해 배럴당 1.27달러(4.3%)나 급락한 28.61달러에 장을 마쳐 3개월여만의 최저 시세로 떨어졌고 영국 런던 국제석유거래소(IPE)의 5월물 북해산 브렌트유도 1.25달러(4.7%)가 내린 25.50달러에 그쳤다. 이에 비해 9.11 당시에는 NYMEX가 휴장한 가운데 런던 IPE의 북해산 브렌트유선물가가 장중 한때 10% 이상 폭등한 배럴당 31.05달러에 달했다가 오름세가 한풀꺾이며 1.61달러(6%)가 오른 29.06달러로 폐장됐었다. 국제 금값도 9.11 당시에는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장중 온스당 20달러나 폭등했으나 20일 NYMEX에서 거래된 4월물은 3.20달러(1.0%)가 하락한 333달러에 장을마쳐 지난해 12월12일 이후 3개월여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9.11 당시와는 달리 이라크전이 이미 수 개월 전부터 예상돼 왔기때문에 시장의 충격이 심하지 않은데다 오히려 그동안 시장에 반영됐던 불확실성이제거됐다는 분석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기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