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대북송금 사건 관련 특검제법안을 공표함에 따라 특검제를 둘러싼 정국 긴장은 일단락됐다. 노 대통령이 당내의 거부권 행사 건의에도 불구하고 이를 전격 수용한 것은 자신이 주창한 여야 '상생의 정치' 구현에 무게를 실은 것으로 향후 여야간 경쟁적 협력관계의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해석된다. 노 대통령이 특검법 내용 중 수사 대상과 기간 등에 대한 추가 협의를 정치권에 요청,여야가 합의를 이끌어낼지 주목된다. ◆특검법 수용 배경='대립의 정치'와 '상생의 정치' 중 후자를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한나라당이 강력 반발,정국경색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고 이렇게 되면 정권 출범 초반부터 국정운영에 엄청난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라 일단 '선(先)공포 후(後)협상'을 주장한 한나라당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여기에는 여야의 극단적인 대결을 피하면서 국익에 반하는 대목은 앞으로 대야 협상을 통해 관철시키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노 대통령이 담화에서 "한나라당은 특검법에 관한 약속을 지킬 것으로 본다"며 "이번 결정은 여야간 신뢰를 성숙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한 게 이를 뒷받침한다. ◆협상 전망=노 대통령이 일단 야당의 체면을 세워줬다는 점에서 야당이 일부 쟁점에 대해 양보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대행은 법안이 공표된 뒤 "약속한 것은 꼭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선 특검법 명칭과 벌칙조항 신설은 여야 사무총장 회담에서 의견접근이 이뤄진 만큼 수정될 게 확실하다. 한나라당 박종희 대변인은 "명칭은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말해 '남북정상회담 관련'을 빼달라는 민주당 요구를 수용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최대 쟁점인 수사 대상과 기간도 타협 여지가 많다. 수사기간에 대해 한나라당이 최장 1백20일을 주장하는 반면 민주당은 60일로 줄이자는 입장이나 내부적으로는 90∼1백일 정도로 줄이기로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대상은 △한국산업은행이 현대상선에 대출한 자금이 남북정상회담을 전후해 대북 비밀 송금된 의혹사건과 △현대건설이 싱가포르 지사를 통해 1억5천만달러를 송금하는 등 계열사별로 모금한 5억5천만달러 대북 비밀송금 의혹사건 등이다. 현대전자 영국 스코틀랜드 반도체공장 매각대금 등 1억5천만달러 대북송금 의혹사건도 포함된다. 다만 노 대통령이 대북 송금 절차와 송금 대상(북한)은 수사 대상에서 제외하자고 요청한 만큼 이중 남북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송금 대상은 제외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특검법 절차=특검법이 최종 확정되면 대통령은 대한변호사협회에서 2명의 특별검사 후보를 추천받아 그 중 1명을 특별검사로 임명한다. 이후 20일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된다. 이재창.정종호.김동욱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