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제상황은 외환위기 직전인 지난 97년 11월과 비슷한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근본원인과 대응여력 등에서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주가 및 원화가치의 폭락현상이 비슷하게 전개되고 있고, 해외투자자들의 '셀(sell) 코리아 현상'도 유사하다. 유가 상승과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교역조건(수출상품과 수입상품의 가격비율)이 외환위기 직전에 급격하게 나빠졌던 현상도 최근 되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97년 외환위기가 궁극적으로 지급능력 부족에서 야기됐던데 비해 최근 위기설은 근본적으로 미.이라크 전쟁과 북핵사태 등 '지정학적 요인'에 의해 촉발됐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대외지급능력(2월 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1천2백39억달러로 외환위기 직전의 5배 수준)이 충분하기 때문에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빠지는 일은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또 당시는 고정환율제를 고수하다 시장이 큰 충격을 받았지만, 이후 자율변동환율제로 운영되면서 시장의 대응력이 커졌고 정부도 '위기관리 능력'이 확충됐다는 평가다. 한국은행이 SK글로벌 분식회계건이 터지자 환매조건부 채권(RP)을 발행, 시중 자금경색 현상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나선 것도 그동안 비싼 수업료를 내고 터득한 노하우 덕분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외환위기 후 금융회사들이 부실채권을 적극 해소한데다 기업들이 상호출자 및 지급보증 금지로 '도미노 파산'의 위험성을 줄여 놓은 것도 달라진 상황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그러나 "미국 등 선진국 경기가 좋지 않기 때문에 북핵사태 등 지정학적 요인이 해소되더라도 경기회복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에는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