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로 돈을 버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주가가 오르면 팔아 시세차익을 남기는 것이다. 둘째는 배당금을 받는 방법이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그동안 한국증시는 '반쪽시장'이었다. 주식을 사고 파는 것 말고 배당투자는 생각하기 힘들었다. 상장기업의 '쥐꼬리 배당'이 주된 이유다. 하지만 최근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한국증시에 생소한 '배당투자' 여건이 빠르게 조성되고 있어서다. 작년말 기준으로 한국전력 하나은행 현대산업 LG건설 등의 시가배당률(배당금을 주가로 나눈 값)이 시중금리(연 4%)를 웃돌고 있다. 이들은 하나같이 업종 대표주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이채원 동원투신 자문운용본부장은 "배당만으로도 은행이자를 넘는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됐다"면서 "배당투자 문화가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업종 대표주가 배당유망주 =과거에도 금리 이상의 수익률이 가능했던 '배당 유망주'가 있었다. 가스주를 비롯한 중소형주가 주류였다. 하지만 이들은 거래할 수 있는 주식이 별로 안 된다는 약점이 있었다. 기껏해야 하루 거래량이 몇 만주에 불과하다. 원하는 만큼 사고 팔 수 없어 외국인이나 기관투자가들의 외면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 등장한 배당유망주는 전혀 다르다. 언제든지 사고 팔 수 있는 유동성이 뛰어나다. 한전은 올 주총에서 전년(5백50원) 대비 45% 늘어난 8백원을 배당키로 했다. 작년 말 기준 시가배당률은 4.3%에 이른다. 한미은행은 5.1%, SK는 6.0%, 현대산업은 6.5%, 한솔제지는 6.27%, 대림산업 4.4%, SKC 4.7%, LG카드 4.4%, 남해화학 4.9% 등의 시가배당률을 기록했다. 이들 종목의 현 주가는 대부분 작년 말보다 낮아졌다. 따라서 내년도 배당금이 올해 수준을 유지한다면 현재 주식을 살 경우 금리 이상의 배당투자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채원 본부장은 "대형주가 배당투자 유망주로 부상함에 따라 앞으로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자금운용에도 큰 변화가 올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 현금흐름 개선과 주주중시 경영 =업종대표주가 배당투자 매력을 갖게 된 것은 금리하락에 따른 반사 효과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상장기업의 현금흐름이 좋아졌다는게 큰 이유다. 김석규 B&F투자자문 대표는 "지난 95년 이후 줄곧 마이너스였던 상장기업의 현금흐름이 2000년 이후 플러스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실제 KOSPI 200종목(금융업.하이닉스 제외)의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은 99년 마이너스 20조원에서 2000년 21조원으로, 2001년 33조원으로 늘어났다. 사상 최대 이익을 기록한 2002년엔 더욱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김 대표는 "현금흐름 개선과 신규 투자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 맞물리면서 기업의 배당여력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주주(株主)중시경영이 증시화두로 부상하자 기업 스스로 고배당 정책을 펴고 있다. 김 대표는 "배당투자 여건으로 볼 때 국내증시가 서서히 선진 증시로 진입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