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제16대 대통령이 국회의사당에서 정식으로 취임한 25일 서울 종로구 청운동 청와대 주변의 주민들은 새 이웃인 노 대통령을 따뜻하게 환영했고,경남 김해의 고향 마을에선 들뜬 분위기 속에서 축하 행사를 벌였다. 그러나 지하철 참사 8일째를 맞는 대구는 여전히 슬픔에 젖어있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취임식을 마치고 청와대로 들어오면서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주민들로부터 따뜻한 환영을 받았다. 분수대 주위를 가득 메운 2백여명의 주민들은 '사랑해요 노무현,청운동 효자동 사직동 주민일동'이라는 글귀가 쓰인 노란색 플래카드와 소형 태극기를 흔들며 '새 이웃'을 환영했다. 노 대통령 내외는 주민들의 환영에 답하기 위해 차량에서 내린 뒤 "전입신고 합니다. 좋은 이웃이 되겠습니다" "여러분과 가까운 이웃이 되겠습니다"라며 주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고 주민들은 더욱 열광적으로 태극기를 흔들며 환호성을 지르는 등 축제 분위기가 연출됐다. 딸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 제주도에서 서울을 방문한 김배자씨(64)는 "대통령하고 악수하고 싶었는데 딸들이 말려 못해 아쉽다"며 "대통령이 어느 대통령보다도 깨끗한 정치를 하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 고향인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은 경축일을 맞아 주민들과 공무원들이 마을을 찾는 손님들을 맞이하느라 바삐 움직였다. 이날 봉하마을에는 오전 9시부터 진영읍 풍물단원들이 취임식 축하행사를 위해 꽹과리와 북을 치면서 흥을 북돋웠다. 노 대통령의 취임선언 장면이 대형 멀티비전에 나오자 국가의 번영을 기원하는 뜻을 담은 2천3개의 풍선을 하늘 높이 날리기도 했다. 진영읍 부녀회 안영자씨(53)는 "취임식을 하니 진짜 우리동네에서 대통령이 났다는 것이 실감 나 음식준비가 피곤한 줄 모른다"며 "노 대통령이 국민들 모두가 잘 살 수 있도록 해 줄 것"을 희망했다. ?…지하철 참사 8일째를 맞은 대구는 이같은 분위기와는 달리 엄숙한 모습을 보였다.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는 시간에도 지하철사고 대책본부와 유가족·실종자들이 모여있는 대구시민회관은 깊은 적막감을 유지한 채 사고수습과 사후처리 등 모두가 자기 일에 분주했다. 너무 마음이 아파 사고 다음날부터 자원봉사를 해오고 있다는 박모씨(42)는 "대통령 취임식은 분명 경사스런 일이지만 지금은 즐거워할 때가 아니잖습니까.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실종자 가족들은 오죽하겠습니까"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사회부 종합 so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