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어린이 영양이 90년대 후반에 비해서는상당히 개선됐으나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며 국제사회의 지원이 계속 지지부진할 경우 그나마 지금까지 나타난 개선 효과도 무위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유엔이 20일 밝혔다. 유엔아동기금(UNICEF)과 세계식량계획(WFP)이 북한 정부와 함께 전국적으로 실시한 사상 최대 규모의 어린이와 어머니의 영양실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같은 연령대평균에 비해 현저히 체중이 떨어지는 저체중 어린이의 비중은 21%로 98년 조사 때의61%에 비해 크게 개선됐다. 또 신장 대비 체중의 현저한 저하로 판단하는 급성 영양실조 어린이는 16%에서9%로, 같은 연령대 평균 신장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신장으로 나타나는 만성 영양실조 어린이는 62%에서 42%로 각각 개선됐다. 이 조사는 북한의 12개 시도 가운데 10개 시도에서 무작위로 추출된 6천 가구의 7세 미만 어린이와 그 어머니를 대상으로지난해 10월 실시됐다. 두 유엔 산하 기관은 이번에 비해서는 작은 규모로 실시됐던 98년의 조사가 방법면에서 차이가 있지만 큰 흐름은 북한의 어린이 영양이 뚜렷하게 개선된 것으로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의 기준에 비춰보면 북한 어린이들의 급성 영양실조 비율은아직도 높은 편이며 만성 영양실조 비율은 매우 높은 편이라고 두 유엔 기관은 밝혔다. 더욱이 최근 북한 핵문제 등으로 불거진 정치 문제로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식량, 의료 지원이 격감하고 있어 유엔 구호기관 관계자들의 우려를 자아냈다. 제임스 모리스 WFP 사무총장은 "북한의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면서 "유엔이 더많은 식량과 의약품을 신속히 북한에 지원하지 못할 경우 영양실조 비율이 급증하며그 동안의 성과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또 북한 어린이 영양문제가 지역별로 큰 편차를 보이고 있다는관측이 처음으로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확인됐다. 만성 영양실조 어린이의 비중은남포시의 경우 25%에 그쳤으나 함경남도에서는 48%에 달했으며 급성 영양실조 어린이의 비율은 평양시에서는 4%에 불과했으나 함경남도에서는 12%로 평양의 3배나 됐다. UNICEF와 WFP는 그 동안 현지 관찰에 근거한 평가는 북한 동북부 지역의 어린이영양문제가 특히 심각하다는 것이었으나 이를 객관적으로 확인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또 대상 어머니의 3분의 1 가량이 영양실조와 빈혈에 시달리고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캐롤 벨라미 UNICEF 사무총장은 "어머니의 영양이 충분하지않은 것이 어린이 영양실조의 가장 큰 요인 가운데 하나임이 분명하다"면서 "이번조사는 어머니의 건강과 영양 상태가 어린이에게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 지를 확인해 줬다는 것이 성과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했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