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최대의 보수야당인 기독교민주당의 안겔라 메르헬 당수가 21일 치 미국 일간 워싱턴 포스트에 독일 정부의 이라크 정책을신랄하게 비판하는 기고문을 실어 독일 정계에 파문이 일고 있다. 메르헬 당수는 기고문에서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당초 선거운동 차원에서이라크전에 반대해옴으로써 독일 대외정책의 토대를 허물어뜨렸다고 비판하면서 "슈뢰더 총리가 모든 독일 국민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 정치적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평상적' 수단으로서는 전쟁이 결코 허용돼서는 안되지만 마지막 수단으로서 폭력의 투입이 배제되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메르헬 당수는 최후 수단으로서의 전쟁을 배제하는 사람은 "독재자에 대한 압력을 약화시키고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아니라 일어날 가능성을 조성한다"면서 슈뢰더 총리가 주장하는 `독일의 고유한 길'을 거부한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유럽연합(EU) 긴급 정상회담에서 발표된 선언으로 인해 슈뢰더 총리가 노선 변경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메르헬 당수는 주장했다. 메르헬 당수는 이어 독일 야당들은 독일 정부가 유엔 안보리에서도 EU 정상 선언에 상응하는 태도를 취할 것을 기대하지만 의심이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올라프 숄츠 사민당 사무총장은 메르헬 당수가 외국 신문 기고를 통해 독일의 명성을 훼손했다고 비난했다. 숄츠 총장은 독일의 민주적 정당들은 해외에선 자국 정부를 비방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을 메르헬 당수가 깼다면서 미국 방문기회를 이용, 독일 정부 뿐아니라 수십만 명의 평화시위대를 욕보였다고 주장했다. 프란츠 뮌터페링 사민당 원내총무는 메르헬 당수가 워싱턴에 가기도 전에 "미국정부에 허리를 굽히며 자국 정부를 중상모략했다"고 분개했다. 볼커 벡 녹색당 원내총무는 메르헬 당수의 기고문인 `유례없이 불쾌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주말 미국을 방문하는 메르헬 당수는 내주에 워싱턴에서 딕 체니 부통령,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차관 등과 만나기로 되어 있다. 이에 대해 제1공영 ARD 방송 등 독일 언론은 외국의 야당 지도자가 미국의 이정도 고위급 관리들을 잇따라 만나는 일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했다. 요시카 피셔 외무장관은 지난해 10월 미국 방문 시 콜린 파월 국무장관과 만날수 있었다고 독일 언론은 지적했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