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방화참사가 발생한 지 하루가 지난 19일 오전 참사현장을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는 승객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이리 뛰고저리 뛰다 정작 자신은 불귀의 객이 되고 만 지하철공사 직원들의 빈소가 마련된 파티마병원 장례식장에서는 여전히 눈물과 탄식이 끊이지 않았다. 전날 남편인 장대성(34) 지하철공사 중앙로역 상주직원의 시신 앞에서 세살짜리딸을 안고 몸부림치다 실신과 회복을 거듭하던 정현조(35)씨는 친척과 남편 동료들의 위로에 다소 안정을 되찾았지만 퉁퉁 부은 눈으로 "우리 딸과 뱃속의 둘째는 어떡하라고"를 되뇌었다. 밤새 빈소를 지킨 동료 직원들도 "평소 자신보다 남을 더 돌봤는데 결국 이렇게돼버리다니 너무 허무하다"며 "아내가 둘째를 임신한 뒤에는 혼자 집안일까지 다 하며 너무 좋아했는데…"라고 안타까워했다. 장씨와 함께 중앙로역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동료 김상만(33)씨의 영정 앞에도 아들과 남편을 먼저 보낸 김씨의 아버지 광수(66)씨와 아내는 허탈한 표정으로힘없이 고개를 떨구고 앉아 있었다. 더욱이 김씨의 아버지는 자신의 슬픔을 애써 감추면서 지난달 태어난 둘째까지홀몸으로 키워야 할 며느리의 앞날을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장씨 등은 참사발생 직후 중앙로역 상황실로부터 "화재가 났으니 도와달라"는연락을 받고 급히 현장으로 내려가 연기 속에서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허둥대는 승객들을 차례로 대피시킨 뒤 기지실로 피했으나 역 구내에 가득 찬 유독가스에 질식해 숨졌다. (대구=연합뉴스) 정윤덕기자 cob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