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14일 대국민 해명을 통해 현대상선의 대북 송금파문에 대해 사과하고 일부 진상을 공개, 이를 둘러싼 정치권 논란의 향배가 주목된다. 김 대통령은 담화를 통해 대북송금이 실정법상 문제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국익을 위해 각별한 정치적 결단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국익 등을 감안, 대북관계에 내재돼있는 '초법성'을 인식해 달라는 주문인 셈이다. 그러면서 김 대통령은 "정부는 모든 진상을 밝혀야 하고 모든 책임은 대통령인 제가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혀 최고통치권자인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김 대통령의 이같은 입장 표명에 따라 정치권은 대북송금 파문의 처리 방향을 놓고 다각적인 검토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이나 한나라당이 특검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당론을 고수, 논란이 예상된다. 박희태(朴熺太) 대표권한대행은 이와 관련, "범죄행위가 있는데 대통령이 사과한다고 해서 조사를 안할 수 있겠는가"라며 "이번 사안은 범죄적 수법이 개입된 범죄행위인 만큼 수사를 해 진상을 규명하고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의 이같은 강경방침은 12.19 대선 패배이후 침체된 당의 분위기를 일신하고 정국 주도권을 복원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송금사건을 부각시킴으로써 북핵파문과 맞물려 당의 `보수 정체성'이 국민에게 긍정적으로 각인될 가능성도 엿보고 있다. 더욱이 "이번 담화가 진상규명에 미흡한 데다 대북송금의 전(全) 과정이 대부분현대측의 단독 행위라는 주장 등에 대해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끝내 특검제 도입을 거부할 경우 이달중 단독으로 특검법안을 처리하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김영일(金榮馹) 총장도 "특검을 통한 진상규명은 국민의 요구로 정치적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그러나 이같은 한나라당의 입장에 대해 김 대통령이 특검 도입에 사실상 반대의견을 밝힌 데다 민주당도 `특검 저지'에 나설 것으로 보여, 여야를 모두 충족시킬수 있는 해법 모색에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측은 특검제 도입 여부 등과 관련, "국회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공을 국회로 넘겨놓은 상태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이날 최고회의에서 대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 국회 관련 상임위에서 책임있는 당국자의 증언을 듣는 선에서 송금파문을 마무리짓는 정치적 타결을 모색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정균환(鄭均桓) 총무는 "김 대통령이 모든 것을 구체적으로 밝힌만큼 국회에서(한나라당을) 설득하고 합리적으로 모든 것을 처리토록 하겠다"고 강조했고, 문석호(文錫鎬) 대변인은 "국회에서 정치적 해결노력을 다한 뒤 국민여론을 감안해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욱기자 hj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