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기업들이 이달 하순부터 본격적인 주주총회 시즌으로 접어든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대다수 기업이 지난해 사상 최대의 경영실적을 낸 점을 감안하면 올 주총은 별 `사고'없이 무사히 끝날 것이라는 관측이 대세이나 중공업과 전자, 자동차 등 일부 업종은 현안을 놓고 한판 격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참여연대를 비롯한 일부 시민단체들은 일부 대기업의 지분매각이나 오너가족의 고속승진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것으로 보여 올해 주총의 향방을 이끌 핵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자업계는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데다 별다른 이슈가 없어 크게 우려하지 않는분위기다. 지난해 매출 40조5천억원, 순익 7조500억원을 기록한 삼성전자[05930]는 오는 28일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선임, 보통주 5천원 및 우선주 5천50원 배당, 주식매수선택권 조정기준 마련 등이 주요 안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내달 14일 주총을 열 계획인 LG전자[66570]도 주목할 만한 정관 개정이나 이사선임 등 특별한 이슈가 없는 상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그러나 임직원에게 지급된 상여금 액수가 지나치게 많다는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고 보고 자사주 매입 및 사상 최대규모의 주주배당 등으로 설득작업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하이닉스반도체[00660]는 오는 25일 주총에서 대주주와 소액주주의 구분없이 21대1로 감자하는 내용의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어서 소액주주들과의 논쟁이 예상된다. 내달 중순으로 일정이 잡힌 현대자동차[05380]와 기아자동차[00270]는 실적이좋은데다 특별히 문제될 현안이 없어 무난한 주총이 될 것이라는 기대속에 건실 경영을 통해 주주이익을 극대화하고 세계 5대 자동차메이커로 도약하겠다며 지원을 호소할 계획이다. 그러나 정몽구 회장의 아들 정의선 현대.기아차 부사장이 이번 주총에서 기아차의 등기임원으로 선임될 것이란 관측이 현실화될 경우 뜨거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공업계는 겉으로는 주총에 대해 긍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속사정을들여다보면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분석이다. 배달호씨 사망을 계기로 노사갈등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두산중공업[34020]의경우 노사문제와 이에 따른 수주부진, 주가하락이 집중 거론될 것으로 보이며, 현대중공업[09540]은 대주주인 정몽준 의원의 대선출마, 2000년 사업보고서의 가결산 재무제표에 대한 회계처리 적절성 여부가 도마위에 오를 전망이다. 워크아웃을 졸업한 대우조선해양[42660]과 대우종합기계[42670]는 매각문제가언급될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대우조선해양은 자사주 매입과 배당 문제가, 대우종합기계는 해외매각을 앞두고 공장매각 등이 집중 거론될 전망이다. 유화업계에서는 에쓰-오일[10950] 김선동 회장이 주가조작 등 혐의로 지난해 실형을 선고받은 것 외에는 별다른 쟁점이 없고, 섬유업계도 돌발변수는 없을 것으로예상되고 있다. 철강업계는 포스코 유상부회장의 연임여부가 최대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종합상사는 삼성물산[00830]의 경우 사외이사중 일부에 대한 교체가 결정되고워크아웃중인 대우인터내셔널[47050]은 작년 영업실적 집계에 따라 경영진 유임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kong@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