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세포 복제 허용여부를 둘러싼 논쟁으로 2년여를 끌어 온 생명윤리법 정부안이 비로소 가닥을 잡았다는 소식이다. 그동안 이 문제로 대립했던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부가 체세포 복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희귀ㆍ난치병 치료목적의 연구는 허용한다는 데 합의한 것이다. 무엇보다 생명윤리법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상황적 인식이 합의를 이끌었다고 본다. 최근 클로네이드사의 인간복제 주장은 그 사실 여부를 떠나 큰 사회적 충격을 몰고 온 데다 일부에선 아직도 인간복제를 하겠다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는 상황에서 인간복제를 막을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우선 시급한 일이다. 한때 인간복제금지법이라도 먼저 제정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이 체세포 복제연구와 사실상 분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고 보면 어떤 형태로든 이 문제에 관한 합의가 필요했다. 희귀ㆍ난치병 치료목적의 체세포 복제연구 허용을 명시한 정부의 합의안은, 원칙적으로 체세포 복제를 금지하되 국가생명윤리위원회 심의를 통해서만 예외허용이 가능하다는 당초 복지부안에 비해 진일보했다고도 볼 수 있다. 이로써 체세포 복제배아를 통한 줄기세포로 난치병 치료제를 만들거나 인공장기를 생산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의ㆍ과학계 일각에선 여전히 불만스러운 모양이다. 체세포 복제 허용 폭을 더 넓혀야 한다든지,이종간 핵이식을 여전히 금지하고 있는 것은 과학기술 발전을 저해할 것이란 주장이 이미 나오고 있어 정부안의 국회통과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어떠한 신기술도 '사회적 수용성'이란 제약조건을 무시할 수 없다면 하나씩 풀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본다. 법 제정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지만 만에 하나 인간복제로 인한 역풍이 연구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생각해 본다면 이번 합의안이 그렇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은 결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