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9천여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하이닉스반도체의 지난해 실적은 일단 긍정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지난해 반도체 경기의 침체 지속과 설비투자 부진에도 불구, 2001년 5조735억원에 비해 적자 규모가 3분의 1가까이 줄어든 데다 4.4분기 영업손실도 3.4분기 5천억원대에서 3천억원대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작년말 6조1천억원에 달했던 부채는 채권단의 출자전환(1조9천억원), 이자 경감, 채권 만기 연장 등을 통해 3조8천억원으로 감소했고 부채비율도 70%로 떨어진 상태다. 하이닉스는 "올해 세계경제의 불안요인이 적지 않아 시장 상황은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하반기부터 경기가 회복된다면 자구노력, 영업력 강화, 설비투자 확대 등을 통해 작년보다 나은 실적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상황만 뒷받침된다면 하반기에는 소폭의 흑자도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하이닉스는 최근 하이디스의 지분을 중국 BOE사에 매각해 3억8천만달러를 확보했고 앞으로 현대오토넷, 이미지퀘스트 등 분사사업부문과 유가증권, 부동산 등 매각대금 7천억원을 추가로 들여와 1조1천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하이닉스는 이를 토대로 그동안 미진했던 설비투자와 연구개발에 주력할 방침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올 1.4분기 하이닉스의 주력 제품군인 DDR 가격이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세계 경기전망도 불투명해 채권단의 채무재조정에 따른 비용부담은 줄겠지만 전체적인 실적호전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9달러대까지 가격이 치솟으며 하이닉스의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DDR은 현재 4달러 중반대에 머물고 있어 1.4분기까지 3분기 연속 적자가 불가피해졌다. 이에따라 전문가들은 오는 3월 인텔의 `스프링데일' 칩셋 출시에 대비, 하이닉스가 DDR 333, 400 등 고속 DDR로의 기술 및 설비투자를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우증권 정창원 반도체 애널리스트는 "하이닉스의 이번 실적은 나름대로 선방한 것으로 본다"면서 "채무재조정으로 현금이 들어오는 게 아니기 때문에 하이닉스는 앞으로 자구노력을 가속화, 기술력과 설비능력을 갖추는 것이 생존의 필수조건"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유경수 기자 yks@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