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생활패턴과 문화에 맞춘 이른바 '한국형 가전제품'이 국내 가전시장에서 성수를 이루고 있다. 특히 이들 '한국형 가전'중 일부 제품은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한 뒤 해외시장에서도 호평을 받는 등 '국산가전 세계화'의 첨병 역할도 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동양매직[23020]과 LG전자[66570]가 생산.판매하고 있는 식기세척기는 대표적인 '한국형 가전'으로 납작한 접시 세척 위주의 수입품과 달리 오목한 밥 공기나 사발 등의 세척에 맞도록 그릇 장착 선반을 개조했다. 또 한국 특유의 끈적끈적한 쌀밥 그릇 세척에 적합하도록 세척의 강도와 방향을 개선, 출시한 지 불과 수년 만에 외산제품을 몰아내고 국내시장을 장악했다. 드럼세탁기도 이불빨래를 가정에서 하는 국내 주부들이 대용량을 선호하는 점에 착안, LG전자와 삼성전자[05930], 대우일렉트로닉스 등이 10㎏형 신제품을 잇달아 출시하면서 국내 세탁기 시장을 빠른 속도로 파고들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에따라 올해 드럼세탁기 시장에서 10㎏ 드럼세탁기 판매 비중을 7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청소기의 경우, 삼성전자의 한국형 `물걸레 청소기'와 대우일렉트로닉스의 '틈새까지 청소기'가 인기를 끌고 있는데 물걸레 청소기는 우리 주부들이 가장 귀찮아하는 가사노동인 청소와 물걸레질을 동시에 할 수 있도록 고안됐고, '틈새까지 청소기'는 장롱밑 틈새까지 브러시가 들어가 회전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대우일렉트로닉스는 이 청소기가 청소기 시장점유율을 7%나 높이는 효자상품으로 부상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공깃밥 전자레인지는 밥솥의 원리를 전자레인지에 적용해 12분만에 밥짓기가 가능하며, LG전자의 토스트 전자레인지는 국내 소매용 식빵의 크기에 대한 시장조사를 통해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토스트기 크기를 설정했다. 또 동양매직의 가스오븐레인지는 생선위주의 구이가 주식인 한국실정에 맞춰 브로일러부분을 상단으로 올렸으며, 대우일렉트로닉스의 김치냉장고는 쌀저장 기능을 추가해 출시 첫달 2만대를 판매했다. 이밖에 삼성전자가 개발한 슬림형 프로젝션TV는 서양에 비해 비좁은 국내 아파트 실내에 맞춰 제작했는 데 국내는 물론 영국과 미국 등지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용량 드럼세탁기와 프로젝션TV, 토스트 전자레인지 등 한국형 가전제품들은 국내 판매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큰 호응을 얻고 있어 올해 가전업체들의 주요 수출 전략품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권혁창 기자 faith@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