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WHO 사무총장 선거 본선투표에서 우리나라의 이종욱 박사와 벨기에의 피오트 후보가 5차, 6차 투표까지 동점을 이루는등 치열한 접전을 벌여 관계자들이 손에 땀을 쥐면서 투표결과를 지켜봤다. 특히 이 박사에 비해 한참 처지던 피오트 후보가 막판에 급피치를 올리면서 결국 타이를 기록하자 한국의 제네바 대표부 관계자들은 잔뜩 긴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7차 투표에서 이 박사가 17대 15로 피오트 후보를 눌렀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 관계자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며 서로를 껴안고 기뻐했다. ○...김성호 보건복지부 장관을 비롯한 국내 지원단은 이 박사의 당선으로 우리나라의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 박사의 당선을 위해 각국을 순방하며 지원 활동을 해온 김 장관은 "이 박사의 당선으로 그동안의 피로가 모두 풀리는 것 같다"면서 "이 박사의 당선이 우리 보건의료계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며 특히 세계 보건의료계를 한국이 선도하는 기회가 돼 국제적 위상도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또 "결핵, 말라리아 등에 시달리는 북한이나 미얀마, 아프리카 지역등에 적극적인 지원 활동을 펼 수 있게 됐다"면서 "이제 신세를 지는 나라에서 갚는나라가 돼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이어 "이 박사의 전문성과 기획성을 바탕으로 각국 대표단에 적극 로비를 한 결과 당초의 열세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면서 "앞으로 WHO도 한국과마찬가지로 개혁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선거 초반 지명도가 낮았던 이종욱 박사는 지난 21일의 예선 1차 투표를 1위로 통과하면서 일약 가장 주목받는 후보로 떠올랐다. 본격적인 선거가 시작되기 전에는 각국의 언론들이 이 후보를 전체 8명 가운데가장 처지는 후보로 평가, 약력도 짧게 소개하는 등 지면할애에 인색했으나 예비선거가 끝난 뒤에는 선두주자로 부상해 이 박사에 대한 보도량도 크게 늘어났다. 김성호 보건복지부 장관은 각국의 대표단에게 지원 유세를 하면서 이같은 이 후보의 도약과 관련, "이것이 한국의 정신이고 전략"이라면서 한국인 특유의 집중력을자랑했다. ○...한편 선거 초반 가장 유력한 후보로 인식됐던 모잠비크의 모쿰비 후보는예선을 4위로 간신히 통과하면서 일찌감치 당선권에서 멀어졌고 대신 벨기에의 피오트 후보가 이 후보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급부상했다. 후보들의 정견발표가 있었던 27일에는 대다수 국가의 대표단과 기자들이 피오트후보의 당선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였지만 우리나라 지원단은 이 박사의 당선이거의 확실한 것으로 분석을 끝마친 상태였다. 지원활동을 편 문경태 보건복지부 기획관리실장은 "이 박사의 당선은 사실 2년전부터 치밀하게 준비해온 결과"라면서 "표 분석을 해본 결과 이 박사만 본선 1차투표에서 두자릿수 득표를 할 것으로 나타나는 등 당선가능성이 매우 높았다"고 설명했다. 문 실장은 또 "국제무역박람회 유치 때문에 선거 초반에는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지원활동을 하지 못했지만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 박사가 당선돼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이 박사의 WHO 사무총장 당선을 계기로 보건의료 분야에서 국제협력기금을 조성, 개발도상국을 적극 지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호 복지부 장관은 "국제사회에서 주로 도움을 받아온 우리나라도 이제는 베푸는 나라로 변신할 때가 됐다고 본다"면서 "기업 등으로부터 협력기금을 모아 저소득 국가들의 질병퇴치 등에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네바=연합뉴스) 주종국기자 sat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