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스탠리의 바턴 비그스 수석 글로벌 전략가. 20∼30대가 주력부대인 월가에서 70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미국 증시의 '불마켓(강세장) 전도사' 역할을 하던 그가 지난주 사임을 발표했다. 냉정한 시세변동을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유명했던 그는 헤지펀드를 차려 새로운 도전에 나서겠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주변에선 '정리해고'쪽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인기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같은 '스타'반열에 올랐던 월가의 전략가들,특히 낙관론자들이 몰락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크레디트스위스퍼스트보스턴(CSFB)이 계약기간이 끝난 토머스 갤빈과의 재계약을 포기했고,한달 뒤에는 리먼브러더스가 제프리 애플게이트를 쫓아냈다. 이달 초에는 모건스탠리의 로버트 펠로스키마저 해고당했다. 이들은 90년대 후반 증시가 폭발할 때 증권방송인 CNBC에 가장 많이 출연하고,증권전문 주간지 배론스에 가장 많이 인용됐던 '스타'들이다. 독특한 이론으로 투자자들을 사로잡았던 이들은 토머스 갤빈이 4백만∼5백만달러의 연봉을 올리는 등 대우도 역시 스타급이었다. '월가 스타'들의 몰락은 최근 투자은행들이 조사 전략기능을 보는 시각을 잘 말해준다. 수익부서가 아니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점이다. CSFB의 한 고위관계자는 "토머스 갤빈의 연봉이 영업현장의 딜러보다 훨씬 높았다"며 "수익증대의 가능성보다는 실제 결과로 나타난 수익으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투자은행들마다 리서치 부문을 감원의 1순위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 이유다. 실제 리먼브러더스는 애플게이트의 후임을 뽑지 않았고,CSFB는 패트릭 질렉이라는 무명의 IMF 출신 이코노미스트로 갤빈의 뒤를 잇게 했다. 베어마켓(약세장)이 길어지면서 그나마 대접받는 사람은 비관론자들.올해도 주가가 마이너스를 보일 것으로 예측하는 메릴린치 전략가 리처드 번스타인이 기관투자가 잡지가 선정하는 톱 애널리스트에 뽑힐 정도다. 증권시장에서 가장 권위있는 분석은 '강세장에선 가장 높게,약세장에선 가장 낮게 전망하는 것'이라는 농담같은 이론(?)이 가장 효율적 시장이라는 월가에서도 통하는 것 같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