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23일 총파업 사태 이후 처음으로 수십만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정부지지 시위를 주도하는 등 위기국면의 정면돌파를 꾀하고 있다. 차베스의 이같은 행보는 베네수엘라 대법원이 대통령의 신임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내달 2일 실시키로 한 국가선거위원회(CNE)의 결정을 중지시키는 발표를 한지 하루만에 나온 것이라 야권의 `하야 시위'에서 벗어나는 새 국면으로 이어질 지 관심이 모아진다. 차베스 정부측은 또한 현 총파업 사태의 열쇠를 쥐고 있는 국영 석유회사(PDVSA)대부분의 노동자들이 정상업무에 복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날 또 한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수 명이 부상하는 등 유혈 시위사태는 계속됐다. 차베스 대통령은 이날 수도 카라카스 중심부인 볼리바르 대로에 운집한 수 만명의 정부 지지자들로부터 환영을 받으며 트럭을 타고 입장, 대로를 내려다보는 연단으로 향했다. 전국의 버스 기사들도 차베스 정부의 사회주의식 `볼리바르 혁명' 노선을 표시하는 붉은색 깃발과 베네수엘라 국기를 내건 버스를 이끌고 참석한 이번 집회에는 대략 30만명이 모인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이날 친정부 지지시위 장소에서 불과 한 블록 떨어진 지하철 정류장 인근에서 폭발장치가 터져 지나가던 행인 1명이 숨지고 14명이 부상했다고 소방 책임자가 밝혔다. 집회에 참석한 차베스 대통령이 이에 대해 보고를 받았는지는 확실치 않은 가운데 그는 "차베스는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외치는 군중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고 아기들에게 키스를 하는 등 여유를 보이면서 집회를 이끌었다. 이날 알리 로드리게스 PDVSA 사장은 PDVSA의 생산직 노동자의 대부분과 관리직 직원 절반 정도가 정상업무에 복귀했다고 말했다. 로드리게스 사장은 또 원유 생산도 하루 100만 배럴 수준을 넘어서는 등 정상수준으로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베네수엘라 국영 통신 벤프레스가 보도했다. 이에 대해 베네수엘라의 최대 석유 산별노조인 페데페트롤은 2만명 직원 가운데 1만7천명이 여전히 파업투쟁에 참여하고 있다고 정부측 주장을 반박했다. 한편 베네수엘라 사태 해결을 돕기 위해 결성된 `베네수엘라 친구들 그룹'이 24일 워싱턴에서 세사르 가비리아 미주기구(OAS) 사무총장과 함께 첫 모임을 갖는 가운데 미국은 지미 카터 전 미 대통령의 제안에 대한 지지를 밝혔다.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은 카터 전 대통령의 제안은 베네수엘라 사태 해결을 위한 "훌륭한 기초"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지난 21일 현행 헌법조항에 근거해 차베스 대통령에 대한 신임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거나 오는 8월19일까지 조기 대선과 총선을 실시하도록 헌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차베스 대통령과 협의했다고 말했다. `친구들 그룹'은 이번 첫 회의에서 브라질과 칠레, 멕시코, 스페인, 포르투갈, 미국 등 6개국 뿐인 그룹 구성 국가를 늘려야 한다는 차베스 대통령의 요구도 논의한다. (카라카스 AP.AFP=연합뉴스) kimy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