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퇴임이 1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일본:재해석'의 저자인 패트릭 스미스가 15일 블룸버그 통신에 김대통령의 지난 5년간의 업적을 평가하는 칼럼을 실었다. 다음은 그 요지. 『수주일 후면 5년의 임기를 마치는 김대중 대통령은 경제, 정치, 외교 분야의 업적으로 반세기 한국 역사상 가장 훌륭한 대통령으로 남게 될 전망이다. 김대통령의 업적 중 가장 두드러진 점은 자칫 상처를 줄 수 있는 분열과 갈등없이 한미관계를 재정립할 기회를 마련했다는 사실이다. 다극화된 국제사회에서 균형적인 대미 관계는 모든 국가가 직면한 도전이라 할 수 있는데 김대통령의 과제 설정과 주변 환경이 결합해 한국은 이같은 과업(균형적 대미관계)의 선두에 설 수 있었다. 김대통령 정부는 경제, 정치적으로 모두 성공했다. 한국의 악성부채 규모는 제로 수준으로 감소했으며 금융권 구조조정 및 '재벌 길들이기'에도 성과를 거뒀고 내수시장의 활황으로 극심한 수출 의존도 또한 감소했다. 또 지난 4년간 한국의 평균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동아시아 국가들 중 가장 높은 약 7%를 기록했다.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과 노벨 평화상 수상의 원동력이 됐던 김대통령의 햇볕정책은 2001년 초 부시 미 행정부와 의회 보수파들로부터 맹공을 받아 고사 직전까지 갔지만 결국 북핵 위기가 고조되는 현시점에서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최선의 접근법으로 인식되고 있다.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가 북한 외교관들과의 회담 뒤 부시 행정부에게 북한과 직접 대화할 것을 제안한 것도 이같은 사실을 뒷받침한다. 독재에 저항하다가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한 김대통령은 한미관계가 수십년만에 가장 미묘한 시점에 퇴임한다. 미국을 가장 중요한 동반자로 여기면서도 냉전시대의종속적인 한미관계를 넘어 보다 대등한 관계로 진전시키려는 김대통령의 욕망은 그의 모든 업적을 하나로 묶는 실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김대통령을 이을 노무현(盧武鉉) 당선자의 새로운 비전을 미국이 받아들일 것인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김대통령이 남길 가장 큰 유일한 의문이 바로 이점이다. 』 (서울=연합뉴스) 조성현기자 eyebrow76@yna.co.kr